나는 고깃집이 피곤하다
"어우, 난 비린내 나서 못 먹겠다."
"고등어 껍질 안 드시면 제가 다 먹습니다~"
"마이 무라."
나는 비린내를 못 맡는다. 과메기를 먹을 때 나는 그 바다 냄새 같은 게 혹시 비린내던가? 회를 먹을 때, 찌개를 먹을 때, 사람들이 비린내 난다고 할 때마다 나는 그런 냄새는커녕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밖에 맡지 못했다. 음식 나오는 영상을 볼 때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정말 하나도 안 비려요."였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나는 후각에 둔하다. 사실 둔한 건 후각뿐만이 아니다. 어디 부딪히거나 찍혀도 잘 모를 때가 많고, 귀가 아주 좋은 것도 아니고, 안경 없으면 어디 다니지도 못한다.
그런데 그런 내가 유난히 예민한 게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뭔가 타는 것이다. 프라이팬 위에서 계란이 탄다거나, 라면이 불고 있다거나, 그중에서도 특히 고기. 나는 불판 위에서 고기가 타는 건 밑에서 모니터라도 하는 것처럼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불의 세기와 냄새, 연기, 소리를 종합해서 분석하는 어떤 과정이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건지, 나는 고기가 타기 전에 무조건 뒤집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회식을 하거나 외식을 하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깃집을 참 많이 가는 것 같다. 대부분 고깃집으로 장소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들과 가장 자주 가는 곳도 고깃집인데, 내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대부분 다른 곳을 가자고 했을 것이다. 고깃집에 가면 피곤한 게 너무 많다.
우선 고깃집에 가면 내가 밥을 먹는 것인지, 일을 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분주하다. 밥자리든 술자리든 매한가지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가족이나 아내처럼 편한 사람들과 있어도 고기가 타지 않게 하려고 온 신경을 쓰게 되는데,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관계가 틀어질 수 있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술은 술대로 따라야 하고, 고기는 고기대로 구워야 하고, 부족한 반찬도 챙겨야 한다.
가끔 "먹으면서 해, 먹으면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 중에 불판이 조금 비었다고 고기를 올리지 않는 경우를 거의 못 봤다. 쉴 틈 없게 상황을 만들어 놓고는 뭘 자꾸 쉬면서 하라는 건지 모르겠네.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남이 술을 따라주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도, 누군가 혼자 술잔을 따르면 분위기가 미묘하게 흐트러지는 것도, 그래서 괜히 조급하게 두 손 공손히 상급자의 술잔에 술을 따르는 모습도 나는 늘 불편했다. 대체 어디서 시작된 문화가 이렇게 자리를 잡았고, 사람들은 왜 그 불편한 걸 계속 이어오는 걸까.
뭐니 뭐니 해도 고깃집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고기는 바짝 익혀 먹어야 돼."
나는 바짝 익힌 고기처럼 세상에서 맛없는 고기도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바삭한 식감을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고기 한 점을 바싹하게 굽다 보면 나머지 고기는 앞접시로 옮기지 않는 이상 금방 타버리는 게, 개인적으로는 거의 재앙이라고 여겨지는 일이다. 일본처럼 작고 소중한 불판 위에 한 점 한 점 구워 먹으면 차라리 나을지도. 불판 한가득 고기를 올려놓고 바짝 익히면 다른 고기들은 늘 타버리던데, 솔직히 마음 속으로 그렇게 태우는 사람들을 보면 '학습이 전혀 되지 않는 건가'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나는 태어나서 배탈 난 적이 없다. 그래서 고기가 익거나 말거나 무딘 걸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고기의 상태는 약간 덜 익었을 때다. 덜 익은 라면 면발처럼 쫄깃하고, 탱글하며, 야들야들한 저 세상 식감. 근데 뭐 그런 건 취향이니 서로 존중할 건 존중해야지, 는 개뿔.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고깃집에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불판 위에 올라간 고기의 운명은 그 자리의 상급자가 결정한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세상은 그랬다. 내가 먹고 내가 배탈이 나겠다는데도, 무조건 자기 기준에 맞춰 익혀 먹으라고 하는 사람을 난 너무도 많이 봤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든, 나보다 어린 사람이든 그런 강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 같이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각자가 알아서 먹고, 알아서 마시는 분위기였다면 아마 지금처럼 고깃집을 꺼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가 봐도 앞뒤가 어긋난, 이치에 맞지 않는 문화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형태를 바꾸고, 그나마 정상적인 방향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를테면 예전엔 당연하게 여겨지던 제사 방식이 조금씩 바뀌고, 결혼식도 예전처럼 복잡한 예식 절차 대신 각자 편한 방식으로 치르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처럼. 고깃집 문화도 언젠가는 지금보다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불편한 사람들과 투쁠 소고기를 구워 먹을 바엔 차라리 혼자 조촐하게 제육볶음을 먹는 게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