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면 깨닫는 것들

지혜를 보여주는 정리의 마법

by 달보
"정리할 때 이것이 꼭 필요한지, 그저 나의 욕구인지를 구분해야 해요. 정리하다 보면 진솔한 나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필요치 않은 욕심, 허세, 수치심 등 많은 것을 덜어내고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 우선순위를 찾게 하죠.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춰서 살아갈 수 있는 진솔한 나를 찾는 과정이에요."
- 신애라가 말하는 정리(책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 중에서)




세상은 언제나 지혜를 보여주지만 쉽게 내어주진 않는다. 공중화장실만 가도 세상 좋아 보이는 격언들이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지혜들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새로운 정보는 나의 생각을 통과해야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그 생각의 층이 점점 두꺼워지기 때문에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게 된다.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본인이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고생 끝에 일궈놓은 자기만의 세계관에 균열을 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 모든 생각들의 출처는 불분명한데도 말이다.


정리의 마법을 처음 목격한 건 어느 순간 유행으로 다가온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공간에서였다. 한눈에 봐도 정말 깔끔해 보이고 보통 집과는 커다란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이 다인 줄 알았다. 왠지 있어 보이게끔 꾸며놓은 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보여주기식이 많으니 그런 순환의 일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게 되었는데 정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방청소나, 주변정리 같은 건 단순히 청소의 일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영상의 내용은 우리 주변의 모든 물건들 안에 저마다의 기운이 들어있다는 것이 핵심포인트였다. 우리는 옛날물건들, 어지럽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과거의 안 좋은 기억, 실패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에 의해 행동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어지러운 물건들 때문에 옛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집중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원인을 본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조건 책임을 본인에게만 물어서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주변환경은 생각보다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리에 대한 인식이 깨어난 뒤 나는 방 안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물건을 버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문제집, 수험서 같이 잠깐 공부하고 말았던 기억이 깃들어있는 물건들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의 미래를 위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위해 가차 없이 버려야 했다. 가끔 먼지만 털고 물건들을 제 위치로만 배치하면 그것이 모든 청소, 정리의 마무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기억들이 스며들어있는 물건들이 내 눈에 보이는 것 자체가 나의 내면을 어지럽히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기에 동기부여가 되는 물건이라면 괜찮지만 대개는 나의 집중을 방해하는 필요 없는 물건들이 많았다. 이런 물건들을 버림으로써 진정한 내면의 평화가 찾아오게 되는 경험을 했다. 만약 주변공간의 물건들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명상을 하며 아무리 마음을 비워내 봐도 눈만 뜨면 현실 앞의 가득 찬 물건들이 내면의 무의식에 곧바로 들어찰 것이다.


정리하는 것에 대한 깨달음은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마음과 연결이 되었다. 필요한 물건과 욕망이 깃든 물건을 분리할 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원하는 물건은 잠깐의 욕망은 충족시켜주나 더욱더 큰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나의 심리를 어지럽히기만 했다. 큰 일을 앞두고 집중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더욱더 방을 정리해야 하고 버려야 한다. 버리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인생의 방향성이 어지러운 방만큼 갈피를 잡지 못할 확률이 높다.


난 버리기 시작했다. 정리는 일단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버리고 나면 얼마나 개운한지 직접 해봐야 느낄 수 있다. 책상 위엔 필요한 물건만 놔둔다. 휴대폰을 비롯한 작업과 관계없는 물건들은 모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든다. 차라리 서랍장 안에 숨기는 것이 낫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신경이 쓰여 결국 보이지 않는 부분도 다 정리를 하게 되지만 말이다. 이런 경험을 거치니 정리도 하나의 기술이자 지혜라는 것을 느꼈다. 정리는 상상 이상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었고, 그 속에서도 인생의 깊은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책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에서 우연히 신애라의 정리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티비에서 본 적이 없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리를 대하는 태도만 보더라도 어떤 모습인지 짐작이 가는 듯했다. 지혜는 우리 주변에 널려있지만 직접 행동으로써 경험해본 사람만이 쟁취할 수 있는 아주 까다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지혜가 하나둘씩 쌓이기만 한다면 그 어떤 누구보다도 강하고 행복하게 조화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