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
여태 믿어왔던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오랜 세월 동안 독서를 하다 보니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죄다 거짓투성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태껏 헛살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이젠 더 이상 믿을만한 게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불쾌하지만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정말 오묘했다. 마음이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어쩌면 그 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그 순간은 바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던 것이다. 처음엔 내 삶에 균열을 낸 것만 같았던 것이 오히려 내 삶을 더 넓은 곳으로 인도해 주는 희망의 문이 열린 것이었다. 그 문 밖에서 들어오는 빛으로부터 새롭게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나도 드디어 나만의 인생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살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은 사실 하나같이 전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온갖 모순 투성이에 뭔가 이상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내가 별로 행복하게 살지 못했던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난 그저 나로서 살아가야 하는 게 마땅한데 세상이 깔아놓은 아스팔트 위로만 걷다 보니 재미도, 감동도, 의미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에 자리 잡았던 생각들이 무너진 덕분에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은 시꺼먼 아스팔트 길 말고도 오솔길, 바닷길, 흙길과도 같은 오색찬란한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모든 믿음은 애초에 내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세상은 내게 아무런 악의도 없었다. 그저 어떤 목적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놓았을 뿐인데 아무 생각 없이 내가 그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뿐이었다. 난 나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들을 덥석 믿기로 선택하면서 살아온 대가를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부터 없던 것을 믿어놓고 한 순간에 깨졌다고 실망하지 말라. 오히려 그 순간이야말로 인생에 두 번 다시는 없을 소중하고도 값진 경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