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날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은 욕심에 불과하다

by 달보


학창시절에 수업을 듣다가 '저 선생님은 학생을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적이 있다. 잠깐 잠깐 들었던 생각인 것 치고는 꽤나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만큼 적지 않은 영향을 내게 미쳤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탓인지, 수업과는 관계없는 것들이 유독 머릿속에 많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결국 선생님의 인격과 자질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다.


어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됨됨이까지 나의 생각이 뻗쳤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다행히도 그 생각이 크게 엇나가진 않았다. 얼마 후 내가 내린 결론은 '수업내용이 아닌 것에는 크게 신경 쓰지 말자'였다. 사실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인간의 자질을 운운하기 시작하면 그 누구에게도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이 수업을 듣는 것은 선생의 자질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수업시간에는 공부를 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이런 당연한 사실이 내 삐뚤어진 생각을 금세 바로 잡게 해주었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나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의외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인간적인 면까지 완벽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한 인간에게 내재된 가치와 그의 인격은 정비례하지 않았다. 그런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이것저것 따지면서 살아가기엔 이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나의 성향 자체가 다른 사람의 인간적인 면에 비중을 많이 두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드물었다. 나처럼 인간적인 면까지 세세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경험상 매번 그러기에는 상당히 피곤했고 크게 의미도 없었다.


이런 고민 끝에 스스로 내린 결론은 정해진 인격의 인간이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매순간 변하는 존재다. 그에 따라 나의 생각도 계속 바뀌어 간다. 고정적이지 않고 변화무쌍한 생각이 만들어내는 망상에 얽매이게 되면 정작 원하는 것을 놓치는 일이 발생한다. 내게 필요한 것을 쥐고 있는 사람이 인간적인 면모까지 좋으면 물론 더 좋겠지만 이것은 일종의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 상대방이 내게 줄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 될 일이었다.


뭔가 배워야 할 게 있는 사람 앞에서는 '배움'이 중요하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 다음 문제다. 사람이 지닌 기술과 인격은 별개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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