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과 독후감의 차이?

그냥 쓰기로 했다

by 달보
독후감은 책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저 나의 느낌을 잘 들어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독후감은 읽는 상대를 설득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독자의 정서 공감을 기대하며 소극적 수용에도 만족합니다.

서평은 서평에서 다루는 책에 대한 성찰을 전달합니다. 서평을 쓰는 이의 사유가 서평을 통해 공유됩니다. 이러한 공유는 대화적이지요. 누군가가 내가 쓴 서평을 읽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책에 대한 그의 반응이 서평을 읽기 전과 읽은 후가 동일하다면, 그 서평은 실패한 셈입니다.

성공한 서평은 어떤 것일까요? 서평을 쓴 사람이 의도한 반응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 의도하는 반응은 서평의 독자가 책을 읽는 겁니다. 친구에게 빌리든 서점에서 사든 상관없이 책을 읽게 하는 거지요. 혹은 읽지 않게 하기를 목적으로 삼기도 합니다. 너도나도 좋은 책이라고 할 때 그 책을 읽지 않을 이유를 납득시킨다면, 그 서평은 성공한 서평입니다
- 책 '서평 쓰는 법' 중에서




책 '서평 쓰는 법'은 말 그대로 서평을 잘 쓰고 싶어서 읽어보게 된 책이다. 블로그로 책리뷰를 포스팅하게 되면서 책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평과 독후감 사이에 있는 어중간한 공간을 감지하게 되고 그것을 덮고 있는 안개를 걷어내고자 이 책을 읽었다. 책을 쓴 이원석 작가님은 참 글을 잘 쓰시는 분 같다. 본인만의 서평에 대한 철학을 잘 설명해 주시는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얼마 되지 않아 지속해서 읽을 것인지 말지에 대한 신호가 머릿속에 울린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나에게 청신호를 보여주었다. 서평과 독후감에 대한 차이점을 알기 쉽게 구분 지어주고 막연하기만 했던 서평에 대한 개념을 사유해 볼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책에 나와있는 서평에 대한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내 머릿속에 프레임들이 하나씩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생각을 정돈해 줄 수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글쓰기에 제동을 걸 것만 같았다. 현재 나의 글쓰기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쓰는 것'이 우선이다. 난 아직 글쓰는 근육도 없고, 뭘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글을 써내는 게 내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서평에 대한 구분선은 지금의 나에겐 과분했다. 난 그저 쓰는 것이 좋고, 써야만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런 나에게 서평이 서평다워지는 항목들을 곱씹어가며 글을 쓴다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아니면 그런 조건들을 지켜가며 글을 쓸 자신이 없는 걸지도.

'서평 쓰는 법'이라는 제목이 끌렸던 이유는 서평을 잘 써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책을 읽고 쓰는 글이 서평이라고 생각했지만 써놓고 보면 독후감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것이 서평이든 독후감이던 간에 나의 글을 더 다듬고 싶은 마음에 읽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서평에 관한 글을 읽다 보니 서평이라는 것도 한 사람의 견해에 불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실 내가 쓴 글이 서평인지 독후감인지 잡글인지는 읽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솔직히 내 생각엔 서평이냐 독후감이냐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쓰는 사람이 아무리 글의 의도를 갈고 닦아봤자 본인만의 이야기로 남고, 읽는 사람이 아무리 저자의 생각을 파헤쳐 봤자 본인만의 필터링을 거칠 수밖에 없다. 모든 작가는 본인만의 베스트셀러를 써내지만 실제로는 출판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쓰는 사람은 쓰는 동안 자신의 깊은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읽는 사람은 읽기 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사유를 하게 되는 축복을 누릴 것이다. 단, 각자의 세계관에서 말이다. 결론은, 난 서평쓰는 법에 대한 건 잠시 뒤로 미루고 단지 쓰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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