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은 이미 체험하고 있다

생각이라는 감옥

by 달보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야말로 가상의 세계이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의 쓸데없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질 때 현재 지금 여기에 충실할 수 있다.
- 책 '마흔에 읽는 니체' 중에서




가상현실이 머잖아 다가올 것만 같은 시대에 도래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미 가상현실에 살아가고 있다. 가상현실이란 현실이 아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 않다. 과거라는 기억 속에 얽매여 살아가는 사람들, 미래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정말 많다. 사실 과거와 미래라는 단어로 정의해서 그렇지 무수한 망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좋지 않았던 사건을 중심으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도 과거에 묶여 현재를 바라보지 않는 것과 같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지만 막상 행동하지는 않고 꿈만 꾼다면 몽상가에 가깝다. 아쉽게도 주변에선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진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미 성공하고 주변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없다.


생각이라는 것을 달고 살아가는 우리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현실에 존재하려고 명상을 시도해 본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현실에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나조차도 명상을 통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현재라는 순간을 느껴보려고 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게 현존하는 것이다. 사실 이 순간에만 오로지 존재하는 현재자는 없다. 인식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언제고 생각의 바다로 빠져드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무수히도 많은 생각덩어리들이 인간의 본질인 것처럼 느껴질 만큼 사람은 수많은 생각에 빠져들어 살아간다.


가상현실이라고 꼭 VR고글을 껴야 하고 세계적인 기업이 내놓은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가상현실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가상현실을 더욱더 욕망하는 걸 지도 모른다. 현재에 머무르기보단 생각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이라서 그런 가상현실을 개발해 낸 걸지도 모른다.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인간이 발명할 생각을 품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보편화가 되지 않은 가상현실이라는 공간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정말 가상현실이라는 공간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다면 아마 우리가 평소 하던 상상을 더욱더 실감 나게 체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가상현실은 그저, 이미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선명해지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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