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는 있던 것들의 재발견이다

편집은 알고 보면 대단한 기술

by 달보
다시 말하지만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생각이라는 우리의 인지 과정 자체가 그렇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것, 상상도 못하는 것은 절대 생각해낼 수 없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들, 들은 적 있었던 것들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닌가? 우리 삶이 힘든 이유는 똑같은 일이 매번 반복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아, 남의 돈 따먹기 정말 힘들다!’며 출근하고 끝없이 참고 인내해야 하는 삶에는 그 어떤 탈출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적이고 싶다면 무엇보다 이 따분하고 지긋지긋한 삶을 낯설게 해야 한다. 우리 삶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다.
- 책 '에디톨로지' 중에서




에디톨로지는 사실 제목만 보고서 무슨 내용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개념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어 보니 내가 예상했던 그런 내용이 맞았다. 나는 창조란 '원래 있던 것들의 색다른 조합'이라고 생각해왔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깨달음을 얻은 뒤로는 그 개념에 뒷받침하는 현상들이 끊임없이 목격되었다. 그래서 뭔가 새로 만들 때 자신 없어하지 않는 편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원래 있던 것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것으로 재창조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 자체가 편집술로 인한 창작물이다. 사람들은 뭔가 창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면 애초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만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이 정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존재였다면 우린 마법도 부릴 수 있을 것이다.


책 '에디톨로지'는 결국 자기신뢰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학적 기술이 발전하는 것도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들의 새로운 조합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세상에 없던 것들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다시 말해서 자기자신을 믿고 창조하고자 한다면 뭐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허점 투성이라는 것을 책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허점들에 강한 의지와 신뢰를 불어넣으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창조물로 굳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창조는 이런 편집술에 의해서 탄생된다고 하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요즘은 검색만 하면 훌륭한 사람들의 생각, 좋은 책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에디톨로지의 저자 김정운 작가는 그런 생각들을 함부로 믿지 말고 나만의 생각으로 재편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일러준다. 난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이런 과정을 '나만의 필터링'이라고 명명하며 살아왔다. 니체든 플라톤이든 소크라테스든 간에 그들이 전하는 모든 말조차 나만의 생각을 겹쳐보고 재편집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만의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그들은 '예전자'이고 우리는 '현재자'다. 시대의 현자는 그 시대의 현자일 뿐이다. 지구상에 가장 위대한 인간은 지금 이 순간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자'는 자신만의 중력이 결여된 채 여기저기 휩쓸려 살아가게 될 것이다.


김정운 작가님은 에디톨로지를 쓸 때 많은 에너지를 썼다고 한다. 그런 에너지가 너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책 자체는 읽는 데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에디톨로지'에 대한 맥락은 알겠으나, 그 사이사이 껴있는 수많은 목차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책에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김정운 작가님 특유의 그런 유머도 별로 들어가 있지 않고 내용이 좀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중반부 부터는 거의 스킵해가며 읽었다. 안 그래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는 게 있는데 바로 이 책을 읽으며 써먹어 봤다. 뭐 어쨌든 에디톨로지에 대한 개념은 충분히 마음에 담아 사유해 볼 필요가 있다. 편집은 잡기술이 아니다. 생각보다 대단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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