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Feb 13. 2023

혼자서 하는 위험한 판단

인생이 점점 꼬이기 시작하는 과정


사유라는 소중한 경험

혼자서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건 꽤 괜찮은 활동이다. 나를 스스로 관찰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평소에 고민거리였던 것도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생각지 못한 해답을 건질 수도 있다. 난 그래서 '사유'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의 '충분히 사유하지 않은 죄'라는 말도 좋아한다. 생각이나 사유나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스스로가 하는 생각에 나는 '사유'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어 한다. 시간을 가지고 가만히 자기 자신에 대해 사유하다 보면 모든 문제의 근원 혹은 모든 문제의 해답을 발견할지도 모르는 아주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섣부른 판단은 재앙이다

반면에 혼자서 남을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활동은 없다. 어떤 계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건 괜찮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상대방을 판단하게 된다. 상대방을 내 기준대로 정의하고, 상대방에 대한 내 마음을 상대방이라는 허구의 모습에 맞춰 변질시킨다.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지 않은 생각덩어리를 스스로 키우는 셈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문제는 풀리지 않으면 외부에서 도움을 많이 구하면서 정작 남들의 문제는 자기 선에서 아주 쉽게 해결하려 드는 경향이 짙다.


상대방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으면 직접 부딪힘으로써 해결하면 된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고, 불만이 있으면 솔직하게 얘기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냥 방구석에서 혼자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온갖 핑계를 대지만 사실 그것이 가장 편하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길인 셈이다. 만약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떳떳하면 아마 먼저 다가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뭔가 두려운 부분이 있다면 상대방을 혼자서 함부로 판단하고 마음 한구석에 방치해 버린다. 보통 마음의 문제는 그런 식으로 악순환이 시작된다.


내가 잘 알 수가 없는 상대방을 혼자서 제멋대로 판단하는 습관이 잡히면 인생 전반에 온갖 부정적인 기운이 낄 수밖에 없다. 문제가 문제인지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남에게 탓을 돌리면 순간적으로 마음은 정말 편할 것이다. 아마 일종의 쾌락 같은 기분도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마음 맞는 사람과 얘기하면 소재거리도 끊임없고 뒤에서 얘기하는 맛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욕망은 욕망을 부르기 마련이다. 스스로에게 온전한 관심을 주어도 시간이 모자란 인생이지만, 그 모든 에너지를 남에게 갖다 바친다. 그 대가는 덧없는 공허함 뿐이다.


생각 흘리기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생각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생각하는 습관이 정말 중요하다. 의지와는 관계없는 무수히도 많은 생각들이 제멋대로 일어나는 것은 막기 힘들다. 그런 생각을 막으려는 노력은 아마 무용지물일 것이다. 대신에 우리가 투자할만한 요소는 '회복탄력성'이다. 어떤 생각이 일어나면 그 생각에 대해 현명하게 정의 내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이라고 무조건 내 생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어떤 생각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건 현재를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생각 자체를 몸속에서 흘려버리는 능력이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반사작용과도 같은 생각들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해석권과 결정권 그리고 대처법이 있다. 그런 방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의 방법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만의 방법은 혼자서 스스로를 사유할 때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우연히 주변에 멘토와도 같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깨달은 것도 사실은 본인이 터득한 것이다. 그 누구도 자기 자신에게 온전한 방법을 가르쳐줄 순 없다. 그런 사람들은 단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 것뿐이다. 받아들이는 것은 본인의 능력이다.


이만하면 혼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사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만하면 혼자서 남들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이 글 또는 이런 비슷한 글이라도 읽고서 반성했으면 한다. 아쉽게도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만 조급하면 될 것도 안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