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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15. 2023

완벽주의 극복하기

게으른 사람일수록 완벽하고 싶어 한다


완벽주의가 불러온 참사

나의 옛 시절을 떠올리면 항상 소름 돋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완벽주의에 오랜 세월 동안 묶여 살아왔던 것이다. 난 내가 완벽주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다만 난 스스로 꼼꼼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완벽주의 기질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부터였다. 만약 나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면 난 완벽주의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보통 사람들 속에 속했다고 생각하면서 별로 문제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며 내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나처럼 하는 사람들은 극히 찾아보기 드물었기 때문이다.


내가 맡은 일도 아닌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 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정렬한다. 깔끔하지 못한 것은 내가 혼자 하는 일이 있더라도 전부 다 끄집어내서 새로 만들기 시작한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는 그만큼 인정받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내가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그런 것이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보기 좋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까 했던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고민을 하면 할수록 결과물이 점점 좋아지는 맛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작업에 빠지는 날이 많았다. 덕분에 난 시력을 잃고 시간을 잃었다.


완벽주의가 불러오는 참사가 몇 가지 있는데 가장 큰 것은 행동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냥 대충 하고 끝낼 수 있는 일을 처음부터 잘하고 싶은 마음에 아예 시작하지 못하거나 시작하면 시간을 정말 많이 쏟아붓는다. 근데 보통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서 그만큼 게을러지고 나태해져 가는 게 정말 큰 문제가 된다. 두 번째는 기준이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혼자 살아가거나 본인이 어떤 일에 대한 최고 결정권자라면 관계가 없다만 내가 만들어 내놓는 것을 판단하는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라면 적당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건 해보면서 수정하는 것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게으름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난 내가 완벽주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게으른 사람은 실제로 잘하고 싶은 욕망이 누구보다도 큰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웬만한 사람보다도 인정욕구가 높았고 나의 과거를 하나씩 곱씹어보니 그런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간단한 발표를 하나 하더라도 PPT에 대한 템플릿 제작부터 메인컬러, 프로세스 등 온갖 쓸데없는 것들까지 다 건드렸다. 알아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역이용

내게 이런 완벽주의 성향이 깃들어있다는 것을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깨달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내겐 완벽주의 성향이 들끓는다. 하지만 진작에 내가 이런 부분 때문에 고생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부턴 이런 심리를 역이용한다. 뭔가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면 '또 잘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며 스스로를 달래고 일단 지르고 본다. 관성의 법칙을 이용하는 셈이다. 일단 시작하면 멈추는 것이 오히려 힘든 세상의 진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대충 하자'라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작업에 돌입한다. 내가 쓰는 글들 대부분은 내가 '대충 쓰자'라는 마인드를 지니지 못했다면 나오지 못했을 글들이다. 완벽주의는 잘만 이용하면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넋 놓고 있으면 내가 지닌 잠재능력을 하나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완벽주의 기질이 속에서 들끓고 있는 것일 확률이 높다. 그런 사람들은 나처럼 '대충 하자'라는 마인드를 의도적으로 마음속에 심을 필요가 있다. 그럼 완급조절이 되면서 행동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막상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기가 힘들 것이다. 그럴 땐 다시 '대충 이쯤에서 마무리 짓자'라고 의도적으로 생각을 주입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괜히 시작했다가 시간을 온통 잡아먹기만 하고 내가 손을 댄만큼의 퀄리티는 억울하게도 나밖에 알아주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관심이 없다. 내가 그렇듯 남들도 그러할 것이다. 자기만족이 되는 건 좋지만, 그 자기만족이 나의 행동을 옭아매고 나의 유한한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이 되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누구나 한정적이며, 아무리 훌륭한 자질로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한들 알아봐 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미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 뭔가 성과를 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이 완벽주의가 낳는 함정을 파악하고 역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벽주의를 다루는 것은 그 어떤 작업을 함에 있어서도 명심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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