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사람들
인문학 열풍이 부는 이유
현대인의 비극
사람들은 바쁘다. 그것도 너무 쓸데없이 바쁘다. 그리고 사람들은 풍요롭다. 그것도 너무 과하게 풍요롭다. 나도 한때는 그런 사람들을 따라서 바빠지고 싶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나 자신을 찾는 일이었다. 주변에 따를 만한 멘토도 없고 딱히 훌륭한 스승을 만나지도 못했던 난 운이 좋게도 책을 만나게 되었다. 세상에 훌륭한 기록을 남긴 자들에게서 난 자기 자신을 찾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그 덕분에 바빠지고 풍요로운 삶을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는 일로써 바쁘고 싶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내가 나눌 수 있는 가치에 대한 퀄리티를 높여가곤 있지만 그런 것들은 나의 노력뒤에 따라오는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그것들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진 않다. 이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를 불러온다.
대한민국의 정규교육 과정을 밟다 보면 스스로의 길을 탐구하고 발견하려고 하기보다는 아무래도 남들과 비슷한 정해진 루트를 밟게 될 확률이 높다. 모두가 그것이 정답처럼 여기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가르치는 교육자들조차 그런 방향으로 몰아세우기 때문이다. 거의 평생을 정답이라고 살아왔던 것들이 깨지는 순간은 스스로 독립하고 사회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서서히 경험하게 된다. 그때도 사실 늦은 건 아니지만 이미 자포자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이라도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나뉜다.
이런 경우에 오히려 자포자기하고 그대로 살던 사람들이 일정량의 돈을 모으고 남들처럼 대출받아 새 아파트를 장만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뒤늦게라도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은 자신이 걸어온 경로를 확 틀어버리는 바람에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새로 시작해야 하고, 새로 배워야 하고, 완전히 혼자서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그러다 결국 방황이 끝나지 않고 영원히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더 행복한 삶을 누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사람들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답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잠재되어 있다. 각자가 지닌 고유한 성향이라는 게 있고 다들 원하는 것, 싫어하는 것들이 뚜렷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실상은 너무나 바쁘고, 자기보다 더 풍요로워 보이는 사람들의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가다 보니 스스로를 되돌아볼 시간이 없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찾으려고 헤매는 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며 조언까지 하고 다닌다. 본인의 현실은 그저 남들이 창조한 그림자를 밟는 것에 지나지 않으나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오랜 세월 동안 혹은 영원히 그렇게 살아간다.
요즘 쏟아지는 콘텐츠를 보면 다들 남들의 평범한 일상을 궁금해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왜 그토록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궁금해하는 걸까. 책 '나는 책 쓰기로 인생을 바꿨다'의 5번째 권 '양이 재능을 이긴다'에서 김병완 작가님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하기 위해 타인의 스토리를 간절히 원하는 시대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뒤에 이어 그래서 사람들이 인문학 열풍이 부는 것이라고 하였다. 난 이 부분이 너무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내 주변 사람들만 해도 본인만의 스토리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도 자신들의 삶을 제대로 돌아보면 할 이야기가 산더미 같겠지만 정작 그들에게 뭘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난 그들이 스스로를 관찰하거나 자신에 삶에 대해서 제대로 사색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스토리가 없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이야기를 오래 이어가기가 힘들다. 자신의 스토리가 없는 사람들은 주장하는 건 많은데 그런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수많은 주장을 들어보면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가 전부다. 그 이상의 가치관이나 신념들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다. 나름의 처세술을 발휘해서 듣기 좋은 말을 할지라도 듣는 사람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지금 이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것인지 말이다.
난 아직 30대 초반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렇게 바쁘고 풍요를 좇는 사람들이 더욱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진정으로 방황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어느 쪽일까. 만약 내게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누군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면 몇 권의 책을 선물하며 독서를 권장할 것만 같다. 아직까지 내가 생각하기엔 자기 자신의 잃어버린 스토리를 되찾는 데에 최고로 효율적이고 제대로 된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독서만큼 좋은 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