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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13. 2023

마음만 조급하면 될 것도 안 된다

새벽기상이라는 집착


조급한 마음

눈은 4시 30분에 떴지만 겨우 정신 차리고 의자에 앉은 시간이 6시 30분이다. 내게 6시 30분이라는 시간은  의미가 조금 남다르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 게으르게 시작하는 날, 전날 술을 먹었거나 늦게 야식을 먹은 날 등 평소와는 다르지 않음을 일러주는 신호인 셈이다. 새벽기상을 시작한 지도 반년이 넘었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은 알람이 울리자마자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알람이 울리고 나서 의자에 앉아도 너무 졸려서 다시 눕는 일이 많았다. 보통 전날 늦게 자면 이런 일이 한 번씩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별 다른 무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새벽기상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새벽에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새벽에 일어나더라도 다시 잠들 수도 있는데. 모두 다 이상할 법한 일은 아닌데 난 나의 상태를 이상하게 보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뭔가 해내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기 싫어서 그런 걸까. 


8시 40분에 집을 나가도 9시까지 지각하지 않고 출근할 수 있는 나는 6시 30분에 일어나더라도 2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2시간이면 뭘 해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책을 읽어도 반페이지를 읽을 수 있고 글을 써도 한 편 이상의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해내고자 하는 것은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찍 일어나서 무엇을 하는 것이다. 뭘 해내는 데는 시간이 필수적이지만 시간의 양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지가 확 꺾여버리는 병에 걸린 것만 같다. 새벽 4시, 새벽 4시 30분에 집착하는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서 ‘5’라는 숫자만 봐도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는 기분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냥 쓰다

오늘 같은 날을 처음 겪은 건 아니지만, 유독 이번은 뭔가 내상을 입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날일수록 그냥 막 적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라서 씻지도 않고 일단 글부터 적고 있다. 하필 오늘부터 얍달프 2기가 시작하는 날이다. 내가 지정한 작은 행동은 매일 A4용지 1 꼭지 이상을 쓰는 것인데 이건 작은 행동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플랜을 수정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A4용지 한 페이지에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건 한 페이지를 다 써내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한 줄이라도 일단 시작하려는 마음가짐이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작은 행동을 내세우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놓고서 정작 본인이 지켜내지 못하는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부담이 왠지 근거 없는 부담인 것만 같다. 하는 것도 딱히 없으면서 이런 부담감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름 열심히 해낸 것만 같은데 성과는 딱히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매일 글을 써내는 것만으로도 작년 이맘때쯤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상태이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걸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반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난 책을 내고 싶어 하고 대단한 내용을 쓰고 싶어 하고 남들을 감동시키려 한다. 의도는 좋다만 의욕이 과하니 오히려 행동이 제한되는 느낌이 든다. 


주저리주저리 쓰다 보니까 이 정도까지 쓰긴 했다. 아마 이 글은 모든 초고가 그렇듯 쓰레기 같은 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 같이 일어나기 너무 힘든 날에 이 정도 쓴 것만으로도 만족하자. 오늘은 아직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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