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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1. 2023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지 마라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기


우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간다. 인간은 서로의 도움 없이는 이렇게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관계는 중요하고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인간관계에 관한 고민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 또한 평생 인간관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잘 지내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실제로 잘 지내기도 하지만 생각처럼 가까워지지 않을 때 등 경우의 수는 무수히도 많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가 터지는 끝을 알 수 없는 인간관계에 얽힌 이야깃거리들이 항상 공기처럼 우리 곁에 떠돌아다닌다. 


주말에 어떤 영상을 봤다. 영상에 나온 사람은 유튜브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었지만, 현재 어떤 사건이 터져서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난 원래 혼자였는데, 어쩐지 주변에 사람이 생기는 게 이상하더라."


이 부분이 마음에 참 걸렸다. 그동안 얼마나 혼자서 지내왔는지 순간적으로 체감이 되는 듯했고, 주변에 믿었던 사람들이 '역시나 다 허망한 관계들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의 심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영상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호소하는 영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 부분이 유독 마음에 걸렸다.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 사연이 참 많기 때문인 게 아닐까 생각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

사람이 오는 것, 떠나는 것,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먼저 사람이 오는 것은 정말 쉬웠다. 성격이 원만하고 어디 가서 크게 민폐를 끼치지도 않는 나는 적당한 호의감만 보여도 언제나 주변에 사람들이 꼬였다. 나를 좋게 봐주고 나도 상대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곳에 가도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는 건 더 쉬웠다.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그리고 아주 은밀하게 원래 없던 사람들처럼 떠나간다. 그런 것을 난 안 좋게 보거나 섭섭하게 생각하고 그러진 않기 때문에 괴로워하진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자기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다. 관계를 유지한다고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는데 본인이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면 관계를 유지하는 건 정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한때 나는 새해 첫날과 명절마다 지인들에게 인사를 돌리는 데만 한 시간씩 걸렸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나'라는 현타가 오고 난 이후로는 더 이상 그런 걸 하지 않으며 연락을 안 해도 될 것 같은 사람들의 연락처도 전부 지웠다. 그러고 나서 내 카톡에 남은 사람은 채 100명도 되지 않았다. 그때 의외로 마음이 정말 홀가분했던 기억이 난다.



기대는 금물

사람들의 관계에 집착하듯 얽매였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여러 종합적인 지혜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생각이 이렇게 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면 본인만 손해'라는 것이다. 나도 내 안의 내가 없을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하고 의지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려 애쓰고 인맥을 유지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면에서 그게 많이 내키지 않았던지, 관계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혼자서 현타가 왔었다. 그래서 지금은 내게 정말 중요한 사람들만 가끔 만나고 나머지 시간은 거의 혼자 보내려 하고 있다.


사람 마음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의지하며 큰 기대를 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실제로 그런 관계들로 인해서 내 삶이 더 나아진다거나, 그들이 없으면 인생이 고달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착각에 빠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그렇듯 모든 사람들은 서로 필요에 의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지, 실제로 나라는 인간을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해서 그런 게 아니다. 인간은 그렇게 타의적인 동물이 아니다. 본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발뺌해도 사람은 본인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에는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원래 혼자였다

어떻게 보면 세상살이를 하면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도 커다란 망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그냥 자기 혼자만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소중한 연인을 만났다고 해서 우리가 보는 스크린이 갑자기 두 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사람이 아무리 누군가를 사랑하더라도 그 관계가 실제로 결속되거나 현실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거나 그러진 않는다. 단지 내 마음이 잠깐 한쪽으로 쏠릴 뿐이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사실 마음은 매일 바뀌지만 본인이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만큼 인간관계도 파도치듯 매일 요동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인관계의 권태기도, 친한 친구들과의 갈등도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사람은 지극히 혼자서 외로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모든 세상은 나만의 프레임으로 해석하게 되어 있다. 본인이 인지할 수 있는 것까지가 세계관의 한계다. 그 이상은 알지도 체험하지도 못한다. 이런 사실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산다면 인간관계 문제에 있어서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좋은 일이 생겨도 너무 좋아하지 않고, 나쁜 일이 생겨도 너무 크게 상심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일은 원래 일어날 만한 일이었다고 여기고, 현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대로 해나가기만 하면 되는 게 전부다. 그 이상은 생각의 집착이 만들어 낸 망상에 불과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처를 받는다는 건 본인이 선택한 길이다. 그만큼 자신을 잊고 의지할 대상을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넘겨버린 대가라고 볼 수도 있다. 언제나 세상의 중심은 자신을 벗어날 수 없다. 본인만의 중력을 꽉 부여잡고 그 궤도를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나와 관계가 맺어진 사람들은 그저 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수많은 위성 중 하나일 뿐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조차 마음이 쓰라리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난 어느 정도 인간관계 문제들에 대한 심적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지만, 이런 나조차도 언제나 갑작스레 생기는 사람과의 문제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금세 평정심을 찾는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무엇이 그런 심란한 마음을 일으키는 건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원래 혼자다.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와이프조차 '분명한 타인'이라는 것을 항상 인지하며 살아간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와 결혼했다고 해서 그녀와 나 사이에 무슨 고리가 연결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아무리 우리라도 언제든지 멀어질 수 있는 그런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있을 때 더 사랑하고 더 잘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출처, 그리고 비밀

사실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특히 인간관계 문제는 더욱더 문제의 출처가 명확하다. 보통 사람들은 인간관계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상대방 때문에 내가 괴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내가 삶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 나의 현실에 드러난 것뿐이다. 모든 문제는 내가 해왔던 과거의 수많은 선택들의 총합에 불과하다.  하나 잘못한 게 있다면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해왔던 선택이라는 변수가 어떤 값으로 도출될지 모르고 행동했던 죄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인간관계 문제는 일종의 나를 위한 과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과제들을 열린 마음으로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수록 본인의 중심은 더욱 견고질 것이다. 그리고 인생은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이 형성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며 인간관계 문제에 대한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이 생긴다. 그렇게 자신의 삶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너무나도 괴로운 인간관계 문제. 하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만 달리 할 수 있다면 그 모든 문제들이 사실 내게 좋은 경험치가 쌓일 수밖에 없는 아주 값진 경험이자 우주가 내게 전하는 선물과도 같은 가르침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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