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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1. 2023

어른의 나이가 되어 보니, 어른들은 아무것도 몰랐었다

여전히 굴러가는 쳇바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어른들

90년대생인 나는 컴퓨터가 보편화되던 시절의 경계선상에 살았다. 어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게임기, 컴퓨터, 휴대폰을 처음 만지기 시작했던 세대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주 듣던 잔소리가 '게임하지 마라', '휴대폰 하지 마라'와 비슷한 말들이었다. 그땐 그냥 어리고 어른들이 하는 말이니까 그게 맞는 말인 줄 알았다. 단지 잔소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다. 현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어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게임에 빠지시는 분들도 있다. 어릴 때 그렇게 잔소리하시던 분들이 이젠 자기들끼리 신문물에 빠져 살아간다. 어릴 때 무조건 '뭘 하지 말라'는 잔소리만 들어서 그런지 난 이런 현상을 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른들은 과연 지금도 우리에게 예전처럼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고 잔소리를 할 수 있을까.


밖을 거닐다 보면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고개를 반납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다닌다. 그런 어른들이 과연 지금도 예전처럼 그렇게 잔소리를 할 수 있을까. 아마 본인들도 양심이 있다면 예전처럼 그렇게 잔소리를 하진 못할 것이다. 난 이런 현상에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예전에 내게 그렇게 잔소리하던 어른들은 실제로 내가 하는 것들이 안 좋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런 게 아니라 잘 모르고서 하는 잔소리였던 것이다.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잔소리가 나온 건 맞지만 왜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무심코 던진 말들이었다.


그 당시 어른들의 잔소리 끝에 달리는 유일한 솔루션은 공부를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경험상 실제로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도 제대로 알려준 어른이 없었다. 그렇게 좋다고 하던 공부도 단지 하라고만 할 뿐이지, 문제집을 사 쥐어준다거나 어떻게 하면 성적이 올라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 사람들이 내 주변에는 없었다. 나와는 다르게 그래도 주변에서 구체적인 공부법을 알려준다거나, 학원을 다니며 공부에 대한 인식을 깨우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찌 됐든 어른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 어른들은 그렇게 우리에게 하지 말라고 해왔던 것들을 이제는 본인들이 나서서 하고 있다. 내겐 부모님과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던 시점이 내 인생에선 하나의 특이점이었다.



반복되는 현실

난 잔소리를 하던 부모님들이 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했던 소리였다는 것을 꼬집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들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새로운 부모가 될 나와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우리 뒤를 이을 부모세대들이다. 세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는 그 질이 예전 그대로인 것 같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옛날에는 최소한 부모님들은 컴퓨터나 휴대폰을 애들처럼 만지지 않았다. 그래서 잔소리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스마트폰 중독자처럼 보이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교육에 좋지 않다는 훌륭한 핑계를 갖다 붙이며 스마트폰을 만지지 못하게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기 시절엔 모르고 당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 본인의 생각과 의견이라는 게 형성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엄마, 아빠는 쓰면서 왜 나는 못 쓰게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까지 고려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애들에게 안 좋다는 건 애들이 더 잘 안다. 하지만 부모는 자신들이 어른들이라는 이유로 세상 모든 지혜를 다 품은 사람처럼 아이들을 대하고 있다. 그렇게 안 좋다고 주지 않던 스마트폰도 손님이 오거나 식당에 가면 아이들을 조용하게 할 목적으로 잠깐 쥐어주고 만다. 그런 것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더욱더 간절히 원하게 된다. 항상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특정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보상과도 같은 게 돼버리는 것이다. 그런 욕망을 부모 스스로가 아이들에게 심는 것과도 같다. 그렇게 떨어뜨리고자 했던 스마트폰이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더욱더 자녀들에게 간절히 원하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깨닫지 못한다.



어른들의 정체

내가 나를 낳았던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보니 이젠 알겠다. 어른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라는 것을. 어른들은 원인 모를 의무감, 책임감이 뒤섞인 복잡 미묘한 고정관념에 의해서 자신들이 어느 지경에 통달했다는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아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 세대는 더 심한 듯하다. 남들 따라 정신없이, 스스로에 대한 사색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이 20년을 꼬박 공부만 하며 살아오다가 등 떠밀리듯 대학에 입학하고 결론적으로 머리가 텅텅 빈 채 사회초년생으로서 험난한 세계에 발을 들인다.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에 치여 살며 어영부영하다 보니 얼떨결에, 왠지 결혼해야 될 것 같은 나이가 임박했음에 결혼을 하게 되고 자녀를 낳게 되는 게 현재 부모 세대들의 현실이다.


단지 바쁘게만 살았지 제대로 살았거나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고 현명하게 자리 잡힌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렇게 정립되지 못한 부모들은 다시 새로운 아이들에게 교육이랍시고 이거 하지 말라, 저거 하지 말라 라는 무책임한 잔소리를 퍼붓는다.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일념 하나로 아무것도 모르는 천사들의 날개를 꺾는다. 착한 아이는 날지 말고 걸어 다녀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말들로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천사들을 세뇌시킨다. 그리고 부모들은 그것으로써 본인들이 올바르게 교육하고 있다며 여긴다.


난 이런 현상이 취지는 좋으나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부모들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들먹이며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지식을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본인이 살아오며 머릿속에 쌓였던 '검증되지 않은 생각들'로 아이들을 제한하려 한다. 아이들의 가정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정교육은 곧 부모의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모들이 오로지 자신들의 생각으로만 아이들의 초기 형성 과정을 건드린다면 결과는 뻔하다. 부모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만큼 힘들게 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져봤자 본인의 인생을 바꾸지 못하면 아이들도 자기만큼 힘들게 살 확률이 높다. 부모가 아무리 자녀들이 자기들보단 더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어봤자 자신들이 아이들을 키우며 더 가정형편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들의 자녀들도 자신들처럼 고만고만한 인생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우며 자라니까 말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른들의 문제점은 바로 호기심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있다. 아이들을 보며 '쟤는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좋은 것, 나쁜 것이 정해져 있는 어른들은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동심을 잃어버리다 못해 변질이 돼버린 현시대의 부모들도 옛날 나의 부모님처럼 그런 잔소리를 똑같이 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이런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무지함을 인정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태도를 지닌 채 아이들을 대한다면 아이들의 행동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소통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어른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잃어버린 마음을 아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배워야 하는 존재들이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 자신들의 어리석은 마음을 아이들의 순수함을 통해 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한 때는 신이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배움을 거부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흡수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거친 세상을 살다 보니 온갖 잡동사니가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마음을 애써 비워내야 할 정도로 쓸데없는 관념, 착각, 망상들이 내면에 가득하게 들어차있다. 어른이라는 말장난에 속아 자신들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 어른이라는 구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 낸 아무런 의미 없는 분류에 불과하다. 어른이라고 무조건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사회적인 강자 앞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한없이 낮추면서 그들보다 더 위대한 자녀들에게는 항상 고개 들 생각만 해왔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른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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