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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2. 2023

내가 혼자 있으려는 이유

인생은 원래 혼자였고, 혼자일 것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

나는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여행을 나 홀로 떠난 건 아니었다. 나도 여느 사람들이 그렇듯 가장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몇 번 가봤지만 불편한 건 매한가지였고 내가 기대했던 뭔가를 얻기엔 너무나 신경 쓸 게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과 여행을 떠나면 내가 원하는 것, 네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해야만 했으며 그마저도 의견이 충돌하는 일이 잦아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서로 눈치보기 바쁘다. 여행을 다녀와도 더욱 피로가 쌓이는 건 분명히 이유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난 혼자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여행은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혼자서 가보지 못한 곳을 간다던지 아니면 갔던 곳을 재방문한다던지 단지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 몸을 내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애초에 관광지나 유명 맛집을 찾아갈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하지 않는다. 난 여행을 통해서 항상 뭔가 깨달음을 얻고 싶었다. 속에 엉킨 답답함을 여행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풀어내고 싶었다. 그런 사색의 시간을 온전하게 가지려면 관광지 같은 건 내가 가야 할 곳이 아님을 오랜 생각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남들 다 가는 곳을 가지 않고 혼자서 여유롭고 적적하게 돌아다니려면 혼자 떠날 수밖에 없다. 심심하긴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지, 지난 세월을 돌아보거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다 보면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간다.


그런 나를 보며 신기해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어떻게 혼자서 여행을 가느냐는 것이었다. 난 오히려 그 질문 자체가 이상했다. 여행은 왜 혼자서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행마저도 뭔가 정해놓은 정답에 가까운 유형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혼자 있을 수 없는 자질에 의해서 생기는 호기심인 걸까. 차이점은 명확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여럿이서도 함께 할 수 있지만,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곁에 누군가가 없으면 안 된다고 여긴다. 그 차이는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커다란 영향을 불러올 것이다.



함께 한다는 착각

난 사람들끼리 어울린다는 건 일종의 착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어울린다는 것은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있는 건 맞지만, 서로가 각자의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며 그냥 비슷한 위치에 공존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사람은 진정으로 함께할 수가 없는 동물이다. 만약 그런 게 가능하다면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갈등이 생기는 게 이상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언제나 배가 산으로 가고, 쓸데없는 잡음과 소음이 난무한다.


내 경험상 모임에 참석하는 인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모임에 대한 질은 떨어졌었다. 그리고 어차피 사람들과의 교류는 제한적이다. 내가 느낀 바로는 대화하는 사람들이 4명이 초과되면 알아서 찢어지게 돼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도 누군가는 집중을 하지 못하거나 관심사가 맞지 않아 다른 대화로 빠지게 되고 그렇게 작은 그룹이 나뉜다. 다 함께 모인 자리 같지만 아주 작은 소모임들이 뭉쳐있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그들의 비밀

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나마 사람을 만날 때도 단 둘이서 보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1:1의 관계가 뭔가 감정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류하기에 가장 알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이다. 나의 발언권 그리고 상대방을 경청하는 에너지의 한계를 적절히 분배할 수 있다.


사실 혼자 여행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예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듯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 사람들은 고정관념으로 똘똘 뭉쳐 있어 보이기도 하고 나와는 그리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할 것 같은 직감도 든다. 왠지 혼자 있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은 자기가 외로울까 봐 그런 게 아니라 본인 자신과 대놓고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여태껏 이런저런 것들을 소비해 가며 겨우 잘 피해왔던 본인의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자기도 모르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비밀

그저 지금의 삶이 좋고 이대로 사는 것에 대한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그대로 살아가도 좋다고 생각한다. 인생살이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내 인생에 대한 사유를 하려는 이유는 뭔가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추구하고 싶고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생도 충분히 좋지만 아직 나의 한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왠지 내가 노력하고 끊임없이 질문할수록 훨씬 더 풍요로운 인생이 나를 반겨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꼭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여행은 꼭 장소를 옮겨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혼자서 가만히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할 수만 있다면 어제와는 다른 인생을 매일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조그마한 변화들이 쌓이면서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간다. 내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내가 나에게 질문함으로써 나오는 것들이 모두 나의 글들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망각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나와의 교류를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항상 기록한다.


누구나 생각할수록 순간적인 스파크는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별 효과가 없다. 난 내가 평소에 얻는 작은 깨달음들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내가 깨달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쩌다 우연찮은 생각이 스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이니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다 기록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기록들을 많이 흩뿌리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로 인해 '당신의 인생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이미 난 그러고 있는 과정을 밟고 있고 언젠가 내 뜻이 커다랗게 퍼질 것이라며 강하게 믿고 있다. 글을 쓸수록 난 나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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