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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3. 2023

나도 모르게 그들을 숭배했다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요즘 자수성가 청년부터 시작해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실제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단 한 사람도 없지만,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세상 사람들 전부가 성공한 자들로 넘쳐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다들 열심히 살았고 왠지 그런 성공을 이룬 것이 당연해 보였다. 나도 항상 나를 발견하고 책과 세상을 통해 우주의 지혜를 얻으려고 발버둥치곤 있지만 틈이 나면 젊은 자수성가들의 강의도 많이 즐겨보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내겐 완벽하게 들어맞진 않겠지만 나보다 훌륭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검색어를 유튜브에 입력하고 어떤 늙은 교수님의 강연을 시청했다. 그리고 몇 분 후 난 그분의 이야기에서 색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실된 경험이 오랜 세월의 힘이 더해져 원인 모를 지혜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실상 강연의 내용은 내가 평소에 하는 생각이나, 책에서 나오는 내용 그리고 수많은 자수성가들이 하는 것들과 비슷했다. 하지만 뭔가 좀 와닿는 느낌이 달랐다. 무엇보다 신뢰가 가고 귀담아들을 만했다. 연세가 있으셔서 발음이 좋지 않고 중간에 새는 구간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훨씬 귀에 잘 들어왔다.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그때 순간적으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최근 들어 많이 봐오던 성공한 인물들의 영상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나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그들은 나보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것 말고는 그 이상의 깊이는 없었다. 하지만 난 단지 그들을 나보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유로 어떡해서든 숭배하고자 했던 것이다. 다행인 점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는 그들을 그리 달갑게 맞진 않았던 듯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일지라도 함부로 신뢰할 마음이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왠지 그들의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닐지언정 내 인생에 적용하는 것에는 상당한 검증이 필요한 듯한 느낌이 내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월의 풍파를 나보다 두 배 이상 겪으신 노인분들의 지혜는 감히 내가 함부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검증하려는 마음 자체가 들지 않았고 왠지 우주의 지혜를 전달받는 것만 같았다. 사실 난 어른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부류가 생각처럼 어른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어른이 되어 보니 어른도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자기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딱히 어른이라고 해서 특별히 예의를 차린다거나 그러진 않고 적당한 매너를 지키면서 살아왔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존경심

그랬던 내가 그분의 강연을 듣고서 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존경심이었다. 나도 늙으면 그렇게 늙고 싶었다. 그전에 내가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인물은 이어령 선생님이었다. 영상으로도 얼굴은 뵌 적은 없지만 그분이 남긴 기록을 접하고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 전에 봤던 그 교수님은 마치 이어령 선생님 같은 분이셨다. 그래서 더욱더 내 마음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어른은 삶의 지혜가 깃들어있다. 그리고 그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듣는 자들로 하여금 겸손의 자세를 취하게 하는 힘이 있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속에서부터 진국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젊을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는 것도 좋지만, 노년에 그 오랜 세월 동안 느낀 진정한 깨달음과 지혜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다.


여하튼 오래간만에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조금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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