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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7. 2023

글쓰기는 신기하다

매일 색다른 나를 만나는 방법


글쓰기는 신기하다. 난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그런 글들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내가 썼지만 내가 쓰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가 직접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그렇게 신기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런 느낌은 내가 직접 쓴 글을 내가 직접 다시 볼 때밖에 느끼지 못한다. '신기하다'라는 단어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어휘력이 안타까울 뿐이다.


글쓰기는 신기하다. 가만히 있으면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고, 머릿속으로 떠올려도 처음과 끝은커녕 중간에 들어갈 만한 문장 하나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그 어떤 단어라도 붙잡고 일단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출처와 정체가 불분명한 다채로운 글이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글쓰기는 신기하다.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조차도 뭐라도 쓰기 시작하면 아무런 생각이 없어지고 몰입된다. 시간이 흐르는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내 세상이 느려지고 아무런 걱정거리, 고민거리도 없다. 단지 내가 쓰고 싶은 내용에 의한 감정만이 내 마음에서 불타오를 뿐이다. 그 마음은 특유의 따스함으로 내 온몸을 감싸돌며 난 그 기운이 금세 사라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그래서 생각이라는 악마가 다시 내 머리에 거점을 차리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써 내려갈 수밖에 없다. 원래부터 부족한 내 필력은 생각이라는 게 협조하면 더욱더 엉망이 되어간다. 내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고급재료는 바로 감정이 아닐까.


글쓰기는 신기하다. 물리적인 세상을 살아가는 내게 물리적인 보상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 어떤 물리적인 장애물을 뚫고서라도 난 글을 쓰려고 발버둥 친다. 총각시절 연애편지를 쓸 때면 왠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술술 써내려 지더라니, 그때 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차려야 했었다. 다행인 건 지금이라도 이렇게 쓴다는 것이다. 그것도 작정하고 재밌고 맛들어지게 쓴다.


누군 목표를 세우라니, 글쓰기에 대한 규칙을 외우라니 말들이 많지만 그런 것들이 내가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제동을 거는 하나의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히 버릴 것이다. 내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첨가제는 '쓰는 행동' 단 하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냥 쓰는 게 좋아서 쓰는 건데 굳이 서론 본론 같은 구분점이나, 유명인의 글쓰기 비법 따위를 고려하며 써야 할까. 그리고 그들이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이것저것 따져가며 썼을까.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그 사람이 어떻게 무엇 때문에 위대해진 건지는 본인도 잘 모를 것이다. 단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전부일뿐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신기하다.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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