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각자 다른 존재를 머금고 있는 '하나'다

세상에 대한 이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을 자신과 동일시하게 여긴다. 그들이 해본 경험이라면 나도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랬다면 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면 그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의 말들에 대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일단 믿고 본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전체적인 '하나'의 범주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에 온전한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하나로 바라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본인을 건너뛰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실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통해서 세상을 하나로 보는 것과 자기 자신에 대한 사유를 거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하나로 보는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유일자

난 나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일단 내가 있기에 이 세상이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모든 사람들, 세상 모든 것들이 하나로 통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인식하는 내가 없다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는 존재는 단 하나의 유일자이며, 이 넓은 우주의 속한 한 명의 객체이다. 하지만 세상이 나를 정의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본인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세상이 있어야 내 존재가 확립되는 사람은 의지할 곳을 매번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본인 자체만의 의지로써는 똑바로 설 수가 없으니까.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나를 빛내주는 물건이 필요하고, 나의 자존감을 높여줄 지위와 명예 그리고 관심을 필요로 한다. 그런 것들이 없으면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삶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다. 언제든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인생 그래프는 꾸준한 우상향을 기대할 수가 없다. 본인만의 중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세상에 휘둘리기만 하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게 될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기

다른 사람을 함부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이전에 본인에 대한 마음을 관찰해야 한다. 여태껏 살아왔던 경험을 천천히 되짚어보며, 그들과 나의 경험이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시간을 갖고 사유해 본다면 타인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마음을 비운 채 본질을 탐구해 본다면 금세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런 차이를 발견하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세상이 달리 보이는 눈이 생긴다고 믿는다.

우주로부터 시작해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은 하나에 속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절대로 같을 수 없는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나도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그런 수많은 객체들 중 하나이다. 크게 보면 하나이지만 그 커다란 한 가지 속에 담겨있는 개체들은 각자 고유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다.

이 생각을 잘만 해본다면 내가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견고한 마음을 다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겸손을 취하고 오만함을 떨쳐낼 수 있다. 세상 모든 자들의 조언은 들을 만한 가치가 있지만 받아들일 만한가의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내가 아닌 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되 나의 중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경험으로 재해석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그 어떤 것에도 마음을 열어도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