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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4. 2023

친구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생이 변하는 시기


미안하지만 친구들과 멀어지고 있는 이 현실이 난 꽤나 달갑게 느껴진다. 그들에겐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난 그렇게밖에 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 친구들은 날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애초에 누구를 이해할 겨를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니까. 그리고 난 전혀 나를 설명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시간도 없으니까. 난 점점 외로운 존재가 되어가지만 그만큼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라고 여긴다. 고독을 점점 즐기고 혼자만의 시간이 갈수록 소중해진다. 내가 혼자가 아니었더라면 지금까지 깨달았던 그 모든 것들은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친구들과 잘 지내면 그만큼의 우정과 관계를 얻겠지만 그런 것들은 일시적이고 소모적인 것들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변화를 겪으면서 배우고 느끼고 얻는 지혜들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그리고 내가 죽어서도 남을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경험들로 남은 내 인생을 채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그들과 멀어지는 건 사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사람이 어떤 것에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상 중 하나일 뿐이다. 난 인간관계만 멀리하는 게 아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자연스럽게 끊게 되고, 게임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안 좋은 습관들을 끊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억지로 힘을 들여 자제하던 것들이 나만의 중력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소멸해져 갔다. 이건 다시 말하면 그동안 내가 해오던 것들이 그만큼 허무하고 공허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런 깨달음을 빨리 얻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늦게 깨달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여전히 사랑하는 친구들과 멀어지는 이 현실이 그렇게 고독하지도,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은 것이다. 오히려 내가 성장하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로써 내게 하나의 표지가 되어주는 셈이기에 기쁜 마음이 일어난다. 이런 나만의 세상을 그 어떤 친구가 이해해 줄까.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마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겐 훗날 내가 먼저 연락을 취할 것이다.


인생의 우선순위가 생긴다는 건 이토록 극적인 생활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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