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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4. 2023

행동이 결여되는 만큼 게을러진다

생각은 언제나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결혼하고 나니 주말에 행사가 많다. 주니어를 가지기 전에 둘이서 즐길 수 있을 때 놀고 싶은 욕구도 충족해야 하고 서로의 가족도 신경 써야 하니 생각보다 많은 스케쥴을 잡아먹히게 된다. 막상 큰 에너지가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듯, 평소와 다른 스케쥴이 중간에 한 두 개라도 섞이면 금세 그날의 텐션은 풀리고 만다. 평일에 새벽에 일어날 정도로 필사적으로 글을 쓰다가 주말이 다가오면 편하게,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여유롭게 글을 쓸 상상을 하곤 하는데 최근 들어 그런 여유는 많이 갖지 못했다. 사실 결혼생활을 핑계로 두는 것 같지만 나의 정립되지 못한 루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생각들이 일어나는 것도 나의 행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혼자서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글 쓰는 시간과 와이프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그 시간들이 가장 좋은 이유는 몰입도가 높고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내게 가장 편하고 깊은 시간들이다. 하지만 주말에 해야 될 일들을 해 나가고 양가 어른들을 찾아뵙고 하다 보면 의무적으로 하게 되는 일이 많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하기가 어렵다. 세대 차이가 나는 만큼 이해관계가 많이 어긋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 비해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왠지 기가 빨리고 에너지를 다 쓴 것만 같아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 일정을 소화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행동들이 결여된 만큼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어차 있는 경험을 했다. 그런 생각들이 가득하다 보니 내가 평소에 하는 글쓰기마저도 하기 전에 수많은 생각들을 뚫어내야 겨우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다. 원래 행동을 가로막는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생각이다. 그런 생각은 내가 뭘 하고 있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나를 가득 메우게 된다. 그래서 그 뒤에 뭘 하기가 힘든 것이다. 새벽에 일어날 때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책을 피는 게 가장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고, 글을 쓸 때도 인터넷도 키지 말고 그냥 메모장을 키는 것이 가장 쉽게 글을 쓰는 방법이다. 행동과 행동 사이엔 최대한 여백을 만들어두지 않는 것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꾸준함의 비결인 듯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없는 세상,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그런 일들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대개 쓸데없는 생각인 게 많다. 생각을 하지 않거나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서로 오해가 쌓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들이는 에너지에 비해 효율이 그다지 좋지 않다. 상대방은 그런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필수적인 인간관계라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 나도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감수할 건 감수할 수밖에.


여하튼 최근 주말에 생각지 못한 일정이 이리저리 겹치면서 평일 내내 마음먹었던 글쓰기를 잘 해내지 못해서 내심 찝찝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건 게으른 내 탓일 뿐. 상황은 상황일 뿐이고 하지 않은 건 내 선택이었다. 어떻게 하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약해지는 의지를 푸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사실 작은 생각, 작은 행동에 답이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으로는 부족한가 보다. 아직 작은 행동을 습관 들이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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