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Feb 28. 2023

점점 혼자가 되어가는 과정

진정한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


뭔가 이상한 현실

군 시절 우연히 책을 접하고 나서 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거대한 터닝포인트를 만났다. 제대를 했을 때 난 이전과는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기쁨이었고 그 충만한 기운을 주변 사람들과 한껏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친한 사람들에게 나의 변화와 깊어진 생각 그리고 책에 대한 감탄을 마구잡이로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들은 버거웠나 보다. 그런 이야기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난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으니까.


정말 그들도 나처럼 책을 읽어줬으면 했다. 그들이 나의 달라진 생각을 반갑게 맞이해줬으면 했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상상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오히려 거리감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엔 그런 것들이 너무 속상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물을 발견했는데 남들이 가치를 알아주지 않아서 아무에게도 팔지 못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관계는 잘 유지가 되었지만 아마 그 즈음부터 나와 사람들의 거리감은 내면적으로 점점 멀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의 내게 이르러 보니 그 당시엔 몰랐던 두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오만함

첫 번째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발견한 좋은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그들을 제대로 이해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배고프지도 않고 먹고 싶은 생각도 없는 사람들에게 떠먹여봤자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 그런 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난 그저 내 생각만을 밀어붙이려고만 했었다. 그리고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생각이 다 있을건데, 난 무조건 내가 깨달은 것들이 최고라고만 생각했다. 내게 좋은 것과 남들이 좋은 것은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영역인데 난 나의 세계관의 규칙으로 다른 사람들의 세계관을 정의하려고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깨달았다는 생각이 자만심으로 변질되서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과 나는 애초에 관심사가 달랐다. 나는 처음부터 나에 대한 생각, 세상에 대한 호기심, 생각에 대한 생각들이 궁금했다. 그래서 혼자 사색하는 시간들이 많고 그런 순간들이 좋았다. 그래서 내가 더 책에 깊게 빠져들었던 걸지도 모른다. 책이 너무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책을 좋아할 만한 성향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책에 빠져든 걸지도 모를 일이었다. 반대로 운동을 싫어하는 내게 아무리 건강을 강조하며 운동을 하라고 해도 난 아마 스스로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오늘 당장 운동할 마음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간과했던 게 내가 했던 큰 착각이었다.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생각, 인생의 비밀을 발견했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내게 또 다른 과제를 내려준 셈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성경을 전파하듯이 독서의 중요성을 이리저리 전파하고 다녔던 게 부끄럽다. 하지만 그런 부끄러운 과거들이 있었기에 지금 같은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의식이 성장하는 길은 참으로 다양하다.



청신호

내가 생각지 못한 두 번째는 그들의 반응이 오히려 내게 청신호였다는 것이다. 난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그들을 보며 혼자 속상해 할 게 아니라 오히려 기뻐해야 했었다. 그들이 내 이야기를 반기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내가 변했다는 증거가 현실로써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의식이 성장하고 내면적으로 변화나는 건 그에 따르는 대가들이 있었다. 난 이제서야 왜 시대의 현자들은 하나같이 다 고독하고 외로운 길을 걸어가는 것인지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전부 자신의 생각대로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의존할 대상이 자기 자신 안에 들어있지 않다. 왠지 세상을 따라가야할 것 같고, 사람들에게 섞여야만 할 것 같은 기운에 휩싸여 살아가게 된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만 나도 세상이 만들어 놓은 세뇌교육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 교육 덕분에 내가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약 30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의 세월은 생각만 해도 너무 아깝지만 지금이라도 세상에 대한 눈을 뜰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책이 없었다면 난 군중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깨달음은 대단한 지식이나 지혜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은 단지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뿐이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이 불어대는 입김대로 살아왔던 것만 알아차린다면 알아서 자신의 길을 걸어갈 의지가 생긴다고 믿는다.


난 책을 쓴 모든 사람들을 존경한다. 남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옮겨 쓴 이가 아니라면, 기록했던 자들 모두는 저마다 깨어있는 자들로서 자신의 길을 바로 걸어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쓴 책을 통해서 나도 내가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목표로 삼았던 그 모든 것들은 나를 세뇌시킨 자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소모품에 불과했다.


독서는 아무런 생각 없이 군중에 섞여 묵묵히 끌려가기만 했던 나를 멈추게 해주었다. 그리고 잠시 그들의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그들을 바라보게끔 해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걸어가는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만약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남들이 자신의 뜻을 알아주지 못해 속상해하고 있다면, 드디어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드디어 내 인생을 살기 시작하다

사람은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주변에 널려 있는 흔한 사람들 중 한 명이 아니라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원래부터 인간은 각자 고유한 가치를 지녔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다. 세상의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권위와 안락을 위해 사람들을 세뇌시키기 시작했고, 현대사회가 사람들에게 하는 교육은 모두 그런 것들의 일환일 뿐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비록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진 못하더라도 인간의 정신과 마음 만큼은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진정한 자유는 알아차리고, 깨닫고, 생각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려 하지 말자. 다른 사람들과 달라지는 것은 오히려 반갑게 여길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본질이다. 같아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일종의 쾌락이며 중독이자 세뇌당한 인간들의 착각이다. 내 생각은 그 어떤 누구와도 매칭이 될 수 없다. 사람들과 나는 달라야 마땅하다.


고독하고 외로운 것은 오히려 축복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는 신기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