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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01. 2023

굳이 반성이라고 해야 할까

반성할 만한 상황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성

반성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기운을 내포하고 있다. 반성을 한다고 하면 왠지 반성하기 이전에 했던 일들이 잘못되었거나, 어떤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선 글자가 내포하고 있는 어원 따위는 큰 관계가 없다. 단어는 어차피 느낌의 전달 매개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달받는 자가 느끼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반성이라기보다는 그냥 '생각한다'로 바꿔 생각하는 건 어떨까. 어차피 반성도 하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반성을 한다는 건 반성의 주체가 되는 사건이 뭔가 올바르지 않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리 내키지가 않는다. 사람은 처음부터 반성할 만한 일을 저지르진 않는다. 다만 본인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끼어들었기 때문에 예상 밖의 결과값이 현실로 도출된 것일 뿐이다. 그건 잘못한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다. 어떤 일에 대해 후회를 한다는 건 '내게 다른 선택권이 있었을 것'이라는 망상에 의해 일어나는 작용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하지 못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는 3차원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에겐 주어지지 않는다.


모든 일은 일어날 만하니까 일어났을 뿐이다. 내가 과거의 했던 행동들도 그 당시엔 충분히 그럴 만했으니까 그런 것뿐이다. 반성을 한다는 건 과거의 경험을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현재의 본인이 있을 수 있었던 그 과정들을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세상만사를 부정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의 판단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내가 판단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잘못된 일은 없다는 말이다.


굳이 반성할 필요는 없다. 단지 다음을 위한 생각 정도로만 여기자. 생각은 곧 반성이고 반성이 곧 생각이라면 내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첨가하는 단어는 애써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내가 단어로써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 준 자들에겐 감사한 마음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모든 단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삶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


같은 말이라도 내포하고 있는 기운이 갈린다면, 내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만 생각하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굳이 반성할 필요도 없다. 일어난 상황에 인간적인 감정을 첨가하지 않는다면 좋은 일, 나쁜 일 같은 건 없다. 굳이 반성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일어난 일에 대하여 '생각'한다고만 해도 더 나은 변화를 위한 충분한 개선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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