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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01. 2023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제목들은 정해져 있다

좋은 책을 읽어봤자 아무 소용없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제목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자기계발서 천 권 읽고 깨달은 5가지 비밀'

'1년에 책 300권 읽게 해 준 기적의 독서법'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준 7가지 인생습관'


이런 제목들은 읽는 자들로 하여금 뭔가 해답을 제시해 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나도 한 때는 이런 제목에 이끌려 미친 듯이 파고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제목에 끌렸던 건 부족한 지식과 지름길을 탐냈던 나의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고 느낀 결론부터 말하면 저런 책들을 아무리 읽어도 변화하는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런 책을 쓴 사람들도 의도와는 관계없이 어느 정도의 거짓말을 첨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이루어 낸 성과의 처음과 끝을 100% 알 수는 없다. 저자가 책을 쓸 땐 당연히 본인이 직접 경험한 내용들로써 가득 채우겠지만, 실제로 일이라는 게 어느 정도 운의 요소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각자가 처한 환경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게 저런 제목이 이끌린 사람들이 놓칠 법한 가장 흔한 착각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책을 쓴 저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가는 세계관 자체가 아예 다르다. 사람이 책에 기대고픈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알겠으나, 책에 실려있는 대부분의 비결은 사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 삶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가 현재 떠안고 있는 고민들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런 제목을 철석같이 믿고 그대로 따라 했다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저자들을 사기꾼이라고 몰아세운다. 책을 쓴 사람들이 모두 사기꾼이 아니라곤 할 순 없지만 그들을 무작정 사기꾼이라고 몰아가는 사람들도 일종의 사기를 치는 셈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을 빌려와 그것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자기 자신을 속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죗값을 엉뚱한 곳에 가 따지고 있는 것과도 같다.


만약 실제로 책 100권을 읽고 인생을 바뀌었다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근데 과연 그 사람이 100권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얻은 깨달음일까? 아니면 67권째라던지 95권째라던지 어느 구간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본인이 해본다면 더욱더 잘 알 것이다. 그런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의 기억은 조작된다. 자신이 아무리 어떤 책을 통해, 몇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 하더라도 정확이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깨달은 지는 본인도 모른다.


변화는 '과정' 중에 일어난다. 결과는 '현상'의 한 조각일 뿐이다. 결과는 사람들의 '착각'에 불과하다. '결과'는 단지 전체적인 과정, 흐름의 일부분일 뿐이다. 결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진 자라면 마케팅의 옷을 입고 있는 그런 가벼운 제목 같은 것에 쉽게 마음이 빼앗기진 않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성공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어렴풋하게나마 얘기할 수 있는 것들만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주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고, 그에 따라 전달하는 것도 어느 정도까지만 가능하다. 서로가 서로를 수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장인의 기술은 가르칠 순 있어도 전할 수는 없다는 말이 거기서 나오는 것이다.


모든 책은 참고서다. 내 인생의 길을 밝혀주는 열쇠가 아니다. 내 현실을 구해내는 그런 도구가 아니다. 책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은 하나 같이 훌륭하지만 내 마음이 깨어있지 않으면 단지 종이에 찍혀 있는 잉크자국에 불과하다. 진정한 깨달음이 어떤 것인지, 진짜 배움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사유하고 정의하는 게 중요하다. 세상은 단순하지만 단순함을 복잡하게 꼬는 인간의 습성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난 무엇에 얽매여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정말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나의 사건은 하나의 이유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성공한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얘기해 줘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위험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언제나 자기 마음속에 한 번 담가보고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비슷한 존재라고 할지라도, 그들과 나는 존재의 이유 자체부터 다르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게 좋다. 그러한 삶의 태도는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보다 큰 삶의 풍요를 안겨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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