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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02. 2023

왜 사람들은 선물도 그냥 받지 못하는 걸까

공평함을 외치는 자들의 그림자


세상엔 다양한 기념일이 있다. 탄생과 관련된 것부터 시작해서 세상 장사꾼들이 만들어 낸 것들까지 다양하다. 보통 기념일을 맞이하면 사람들은 서로 선물을 주고받음으로써 하루를 특별하게 보내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선물을 순수한 의도로 주고받지는 않아 보인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내가 이 정도를 해줬으니 다음엔 나도 이만큼은 받겠지'라는 근거 없는 기대를 한다. 선물을 받는 사람도 '내가 이 정도의 선물을 받았으니, 다음엔 나도 이 정도는 해줘야겠네'라는 이상한 심리가 작용한다. 어쩌다가 사람은 그렇게 주고받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선물을 준다는 건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 그저 주면 끝인 것이다. 상대방도 좋아하는 만큼 내 기분도 좋아지는 것이니 거기서 끝이 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선물을 줄 때 훗날 자기도 받을 것을 당연하게끔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기대했던 만큼의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평화롭기 그지없었던 내면을 스스로 망가뜨리고 상대방을 저주한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선물을 받을 때도 비슷한 심리가 작용해서 상대방에게 감사함을 느끼기는커녕 훗날에 본인이 부담할 것에 대해 벌써부터 계산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의외로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공정함'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내가 주면 그만큼 받고, 내가 받으면 그만큼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깔린 사람들이 공정한 것을 많이 따지게 된다. 뭔가 형평성이 맞지 않으면 그에 맞게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니 한쪽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을 참을 수가 없어서 어떡해서든 균형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의도치 않게, 그리고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각종 변수들에 의해서 혼자 마음이 상하고, 혼자 상대방을 욕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안타깝게도 이런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공정함을 추구하면서 영영 괴롭게 살아갈 것이다.


가장 좋은 건 그냥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선물은 주고 나면 끝이다. 내가 줬다는 이유로 뭘 받을 기대는 결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물을 받게 되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하나만 표현해도 된다. 더 이상 해야 될 건 없다. 선물을 되받고 싶은 마음이 깔린 악의적인 선물이 아니라면, 그냥 받기만 하면 된다. 그저 진심으로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것만으로도 선물을 주는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리고 애쓰지 않아도 받는 게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뭔가 돌려주게 되는 게 자연의 이치다.


행위에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 낸 의도가 첨가되면 순수성은 잃기 마련이다. 예컨대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 나도 사랑한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애써 대답하지 말자. 그런 소중한 순간에는 그저 상대방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면 된다.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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