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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04. 2023

지금 저들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이른 새벽, 취객들을 바라보며


주말이지만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집에서 써도 되지만 주말에는 마음이 더 풀어지기도 하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카페 직원분도 새벽마다 자주 오는 나를 알아봐 주시며 쿠키도 공짜로 받았다. 24시간 카페 치고는 정말 넓고 깨끗한 곳이다. 이런 곳에 이른 새벽에 방문하는 손님은 거의 나밖에 없지만 가끔 나보다 먼저 와 있거나, 나처럼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있다. 바로 취객들이다.


오늘도 새벽부터 쾌적한 환경에서 글을 잘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끄럽게 떠들며 들어온 취객들 때문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들은 자기들 안방인 것마냥 시끄럽게 떠들었고 카페의 마스코트인 대형 곰인형을 자기들 옆 자리로 옮겨서 멋대로 만지고 제자리로 갖다놓지도 않는다. 그냥 무시하고 글을 써도 되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건 나의 옛날 생각이 나서 그렇다.


나도 한때는 매일 술을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 인생의 쓴 맛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하면서 혼술은 기본이고, 틈만 나면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다녔다. 현재는 루저들처럼 보이는 저 취객들의 모습이 과거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참 복잡미묘한 생각이 든다. 취객들의 표정은 참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함께 온 사람들과도 정말 친해 보인다. 하지만 저 취기가 사라지고 나서도 그런 기운이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은 숙취에 시달리기도 바빠서 그러기는 힘들 것이다.


참 아찔하다. 내가 아직까지도 술을 가까이 하고 있었다면 현재 내 삶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새벽부터 이렇게 글을 쓰며 행복하게 꿈 위에서 살고 있는 삶을 사는 게 가능키나 했을까. 나와 너무나도 대조되는 저 취객들을 보면서 일종의 안도감도 들지만 동시에 커다란 두려움과 불안감도 느낀다. 나도 언제든지 저런 취객들과 같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한 명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술을 멀리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전혀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예전엔 그들이 아니면 내 삶이 허무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그리고 나는 원래부터 혼자서 잘 지내는 타입이었는지도 모른다. 원래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는 존재다. 지금 저렇게 만취한 상태로 옹기종기 모여 붙어있는 사람들조차도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과도 같다. 단지 함께 모여있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누구는 신나게 떠들고, 누구는 테이블에 엎드린 채 잠을 자고 있고, 누구는 혼자 멍한 채로 웃고 있다.


지금 저들의 영혼은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


그 날, 내가 달라지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면, 나도 저 취객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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