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Mar 07. 2023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좋은 글은 깊은 생각의 결과물이다


저는 좋은 글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취향의 차이일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글이라는 걸 굳이 꼽자면,


작가의 깊은 사유가 느껴지는 글이

하나의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전 그 누구보다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많은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이상하게도 전 그런 데서 오는 인정욕구를 상당히 강하게 갈망하고 있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혹은 어떤 결핍에서 오는 걸 수도 있겠죠. 여하튼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확실하게 있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체 글을 잘 쓴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잘 쓴 글이라는 게 정말 있긴 한 건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의 두 가지 고민

저는 글쓰기에 빠져 사는 만큼 글쓰기 연습을 위한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곳엔 모임장님부터 시작해 많은 분들이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 제 주변 지인들 중에선 하루에 한 자라도 쓰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그 모임에는 매일 꾸준하게 글을 쓰는 분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글쓰기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분들은 거의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어떻게 하면 매일 글을 쓸 수 있을까'였고, 두 번째는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을까'라는 거였습니다. 잊을만 하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이런 글쓰기에 관한 고민을 바라보다가 어느 날 문득, 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건 바로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방향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고민인 '어떻게 하면 매일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은 생각을 멈추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매일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시간에 차라리 한 단어라도 끄적이면 됩니다. 행동은 생각을 흘려보내고 생각이 흘러나간 자리엔 글감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게 됩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어떻게 매일 쓸지'에 대한 고민 자체를 하지 않게 됩니다. 제가 바로 그러고 있으니까요. 전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언제든지 글을 쓸 수 있게끔 켜둔 노트북 앞에 앉아 다른 어떤 경로도 거치지 않고 컴퓨터 하단 작업표시줄에 고정으로 박아 논 메모장을 켜고 바로 쓰기 시작합니다. 매일 글을 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단지 '매일 이런저런 글을 써야 한다'라는 생각이 그 쉬운 행동을 가로막고 있는 것뿐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차라리 같은 글이 써질지라도 그냥 쓰는 게 낫지 않을까요? 본인이 매일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에 그런 건지 곰곰이 사유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 고민인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대책은 행동을 멈추고 생각을 깊게 하는 것입니다. 사실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매일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고민보다는 훨씬 의미가 깊은 고민이긴 합니다. 이런 고민은 보통 행동이 기본으로 받쳐주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고민이니까요. 저도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매일 글을 쓰기만 했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저의 예상과는 달리 매일 다른 내용의 글이 제 손가락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했습니다. 전 그런 맛으로 한동안 글을 많이 썼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건 단계가 있는 법인지, 어느 시점이 오더니 이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저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비결은 생각을 잘하는 것입니다. 생각을 깊고 풍부하게 잘할 수 있으려면 경험이 많아야 하고 많은 경험을 통해서 느낀 점과 깨달은 점 등을 취합해서 본인에게 '질문'을 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순환의 과정을 통해서 좋은 글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듭 강조될 수밖에 없는 독서의 중요성

경험은 꼭 어딘가 여행을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을 하는 데는 그리 거창한 경험까진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처음 가본 곳으로 여행을 떠나봤자 인간의 뇌는 한계가 있어서 모든 새로운 정보를 다 받아들이기도, 기억하는 것에도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일수록 책을 읽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책은 최고의 간접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합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온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현재까지도 책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에 경험의 폭을 늘리고자 책을 읽으려는 분이시라면 '난 쓰기 위해 책을 읽는다'라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야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책을 읽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키워드나, 인상 깊은 문장을 발견했는데 그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면 그 즉시 책을 덮고 한 줄이라도 써내는 게 중요합니다. 쓰기 위해 읽는 사람이라면 그런 찰나의 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 그 모든 것이 하나하나의 글감이자, 훗날에 나의 작품으로 이어질 소중한 재료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독서를 하기 시작하면 아마 한 권 읽는데 몇 달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독서의 권 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시간을 투자해서 책을 읽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글을 씀으로써 본인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다른 온라인 매체는 좀 다릅니다. 요즘 시대를 장악하는 각종 영상매체들은 사실 사람들의 시간과 데이터를 뺏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책도 그런 목적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책은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그 증거는 바로 우리의 기억 속에 있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 똑같은 내용을 유튜브로 보는 것과 책으로 읽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불편할까요? 바로 책입니다.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불편함을 느낍니다.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도 일정량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곳에 집착하는 사람들

글은 단지 인간들이 문자라고 정해놓은 '선들의 조합'이 종이나 모니터에 찍혀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글의 실체는 바로 쓰는 자의 생각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사유의 결과물에 불과한 '글'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차라리 집착을 한다면 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도 진정한 글의 주체인 '생각'에 집착하는 것이 낫습니다. 저는 집착이라는 단어를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본질을 건너뛰고 글에만 집착하는 분들은 차라리 '내 생각에 집착한다'라고 생각하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저도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눈이 멀어 한동안 글쓰기에 관한 책만 골라서 읽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더 이상 글쓰기에 관한 책은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깨달은 게 있습니다. 글쓰기를 다루고 있는 책 중에서 뭔가 '이렇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라는 내용이 실린 책은 뭔가 저자가 사기를 치는 것만 같고 내용이 알맹이 빠진 빈껍데기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부실했습니다. 반면에 오히려 저자만의 글쓰기 철학이 깊게 담겨 있는 책일수록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결했습니다. 그건 바로 '오늘부터 그냥 써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기 위해 본인의 글쓰기 철학을 한 권의 책으로 녹여냈다는 게 너무 대단했습니다. 그냥 말이 많은 사람이 쓸데없는 말로 시간만 잡아먹는 것과, 진정한 비결을 아는 사람이 하나의 주제만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것은 그 결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은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매일 쓰는 것'은 기본이고 많은 경험을 통해서 '깊은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상은 개개인의 영역에 따라 나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취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잘 쓴 글'이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극찬하는 베스트셀러라고 할지라도 분명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무조건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 좋은 글을 쓴다기보단 '내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제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전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관해서 '시간'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한다'라는 것만큼 모순적인 핑계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만약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 '시간'을 꼽는 사람은 글쓰기를 하기 이전에 본인의 생활습관부터 먼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은 없는 게 아니라 본인이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리고 만약 글을 꾸준하게 쓰지도 않는 사람이,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부터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게 과연 글쓰기가 맞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저들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