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울리지 마라

내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새복아, 사랑이라는 게 꼭 실체가 내 눈앞에 있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더라. 가뜩이나 아기들에게 관심이 가지 않던 나여서 네가 태어나도 내가 너에 대한 사랑을 느끼지 못할까 봐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걱정할 게 아니었다. 난 이미 너의 심장소리부터 사랑하고 있으니까. 벌써부터 보고 싶은 마음에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너를 이렇게 그리워하기도 하니까. 그리고 네가 엄마의 뱃속에서 건강하지 못하다는 소식을 건네준 죄 없는 의사를 많이 미워하고 있으니까.

아빠는 벌써부터 너를 이렇게나 사랑한단다. 내가 여태껏 살아왔고, 지금도 이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이 아름다운 세상을 너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좋은 일, 나쁜 일, 힘든 일, 어려운 일 모두가 기적 같은 삶을 배워가는 과정이었다는 깨달음을 너도 느껴봤으면 좋겠다.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난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선물하는 천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난 그런 너를 지켜보며 늙어가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아빠가 너에게 간곡히 부탁할 것이 하나 있다. 부디 바깥세상에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건강하게 자라다오. 네가 건강하지 못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슬퍼한단다. 난 널 사랑하지만, 이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너의 엄마다. 그러니 아무리 네가 내 아이라도 너 때문에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 건 나도 견디기가 힘들다. 아무리 네가 내 아이라도 너 때문에 엄마가 아파한다면 난 널 미워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네 엄마의 슬픔과 아픔을 내가 대신 겪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저 엄마의 곁에서 가만히 있어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이 아빠의 한을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난 내 생명을 다할 때까지 네 엄마 한 사람만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아빠의 마음에 너에게 줄 거대한 사랑이 들어 있다고 한들, 만약 네 엄마가 없다면 너에게 줄 나의 사랑도 없을 것이다. 내 사랑의 원천은 바로 네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넌 나와 함께 엄마를 기쁘게 해 줄 의무가 있다. 아빠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모든 지혜를 너에게 아낌없이 물려줄 테니, 어서 바깥세상으로 나와 아빠랑 같이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자.

그러니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