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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05. 2023

너를 만나기까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


세상만사가 원래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평생에 걸쳐서 배워가곤 있다만 너를 만나는 것이 벌써부터 이리도 힘들 줄은 차마 몰랐단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적당한 때에 너를 마음에 품고 현실로써 마주할 계획을 꾸리면 도미노가 쓰러지듯 척척 진행이 될 것만 같았던 나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매일 네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려옴을 느낀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 두 남녀가 만나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것이 새 생명이라고 생각했건만 주변에 하나 둘 보이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난임 소식이 들리면서 왠지 남일 같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던 건 괜히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착상부터 시작해서 아기집, 난황, 심장박동까지 시원시원하게 네가 건강하다는 의사의 말을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너무나 속상하고 괜히 그 의사가 얄밉기도 하단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너에 대한 내 희망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덕분에 깨달았어. 네가 스스로 포기하기 전까진 나도 전혀 포기할 생각이 없다. 너와 아빠의 만남은 이미 정해져 있는 수순을 밟는 것뿐이고, 심지어 우리의 만남이 성사가 되지 않더라도 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각오도 되어 있단다.


그러나 이왕 내 눈앞에 한 생명으로서 나타났다면 어떡해서든 버텨주었으면 좋겠다. 네가 내 마음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아빠는 네 엄마를 잘 지키며 나만 잘하면 될 줄 알았지만, 인생은 역시 결코 쉽고 만만하게 흘러가지가 않는구나. 너의 존재가 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하면서 나도 이렇게 약해질 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많이 덕분에 알게 되었어. 오로지 내 권한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행복은 아직 세상을 구경해보지도 못한 너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아빠는 네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단정 짓는 죄 없는 의사를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단다. 부끄럽지만, 아빠는 그 의사 선생님의 말을 믿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야. 내가 믿을 건 오직 너밖에 없다. 그러니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더 크게 자라서 웃는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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