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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14. 2023

날씨는 아무런 죄가 없다

내 기분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


날씨

왠지 모르게 나도 맑은 날은 기분이 좋고, 흐린 날은 뭔가 기분이 울적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살아왔다. 원래 사람은 그렇게 느끼도록 되어 있을까? 하지만 언제부턴가 꼭 굳이 날씨와 내 기분을 연관 지을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날씨와 내 기분은 전혀 관계없는 것들인데 말이다.


가장 날씨가 좋은 날은 어떤 날일까. 사실 그런 건 정해지지 않았다. 흐린 날은 흐린 만큼의 매력이 있고,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오는 만큼의 감성이 묻어난다. 단지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날씨를 포함해 세상 모든 것들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안 좋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날씨 탓으로 돌리는 건 자신을 외면하겠다는 것과도 같다.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생각이 그렇게 만들어내기 때문이고, 마음이 그렇게 연결되도록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날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문제는 세상을 함부로 판단하는 인간의 잘못된 버릇이 만들어낸다. 사람이 좋은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이 기분이 좋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람이 기분이 나빠지는 건 스스로 기분이 나쁜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한없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것도 모자라 감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 현상까지도 자기들만의 잣대로 판단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에 대한 대가로 돌아오는 건 날씨와 같은 것들이 내 기분을 망칠 수 있다는 망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런 죄가 없는 날씨를 핑계 삼아 스스로의 기분을 떨어뜨리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일상을 보내며 마주하는 모든 사람, 모든 상황들에게 자신만의 기분 통제권을 넘겨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 사람은 보통 세상이 불어대는 바람의 결에 휩쓸려 살아가게 된다.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들에 책임을 물어봤자, 그것들은 조용히 나를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것들이 조용히 지나간 후에 남는 거라곤 썩어빠진 나의 정신과 마음뿐이다.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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