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친구가 결혼하면 장점이 있는지 물었다
결혼의 본질
왠지 결혼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던 아내의 친구가 문득 아내에게 결혼하면 장점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내의 친구는 오래도록 연애하고 있던 남자와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근데 그 얘기를 전해 들은 나는 결혼에 대한 장점을 물어보는 질문 자체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의미 없는 질문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결혼을 질문하는 이유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뜻이 맞아 평생 함께 하겠다고 약속을 맺는 정신적으로 이루어지는 약속이다. 그 외의 나머지 것들은 결혼을 증명하는 사회적인 도구나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결혼'이란 머릿속에 존재하는 개념일 뿐이고 실제로 결혼의 본질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잘 지내는 것이다. 그래서 난 결혼의 장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혼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결혼에 대한 장점을 궁금해하는 것은 삼겹살을 먹을지 갈비를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돼지고기가 맛있는지 궁금해하는 것과도 같다.
다른 사람에게 결혼에 대한 장점을 물어보는 게 소용이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결혼에 대해서 물어보는 상대방이 내 사람과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장점이 궁금한 사람은 결혼하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 사람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될 일이다. 사실 어느 정도의 연애기간을 거쳤다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대부분의 장단점들은 파악이 된다. 다시 말하면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해서 함께 살아갔을 때의 장단점들은 이미 본인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해서 고민하고 의심하고 주변에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자기도 결혼에 대해선 어느 정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결혼하면 미처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까 봐, 내가 필요 이상의 희생을 감당해야 할까 봐 겁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각오를 해야 한다. 상대방도 나라는 사람과 결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오랜 기간 동안 연애를 했었던 커플이라 할지라도 한 단계 나아가 부부의 연을 맺고 한 집에서 살을 맞대며 사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조합이 만났으니 그 결괏값은 당사자들 밖에 모른다.
결국 내 마음의 문제다
결혼은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봐야 알 수 있는 나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이 어느 정도 참고는 되겠으나, 내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도움은 되지 않는다. 내 결혼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내면의 두려움을 풀어낼 시간에 나와 함께 살게 될지도 모르는 연인과 더 넓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결혼생활에 대해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상대방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고 미리 대책을 세워보는 것도 좋고, 그런 고민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기만 해도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내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답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조용한 곳에서 혼자 적당한 시간을 갖고 스스로에 질문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다. 결혼이 두렵다면 왜 결혼이 두려운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지금 연애하고 있는 사람과 과연 평생토록 잘 지낼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면 왜 그런 의심이 드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 좋다. 사실 자기 자신에게 질문한다고 해도 쉽게 답을 구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에게 한없이 솔직해지고 꾸준하게 질문하며 답을 구한다면 그 어떤 누구도 해주지 못한 현답을 들려줄지도 모른다.
결혼뿐만 아니라, 본인이 떠안고 있는 고민과 해결되지 않는 모든 문제들은 생각과 마음이 만들어 낸 합작품들이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엉뚱한 곳을 찾아가 이상한 질문을 하는 일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