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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13. 2023

자녀교육을 돈으로만 때우려는 부모들

부모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직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생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겨우 출근하면 퇴근하기 전까지는 하루종일 일하기 싫고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막상 퇴근을 하면 다음 날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을 자기 전까지 하곤 한다. 그런 직장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서 회사가 내게 부여한 유일한 여가시간도 현실을 잊게 해주는 내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에 시간을 쏟게 된다. 이것이 바로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현대인의 삶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생계는 유지할 수 있다. 회사가 주는 월급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며 노후를 준비할 돈까지 마련한다. 이런 이유로 그렇게 많은 불만을 품고서도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삶이 자녀에게도 고스란히 옮겨간다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본인들의 인생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각종 학원들을 보내며 상상 이상의 사교육비를 쓰지만, 아쉽게도 그건 딱 본인들만큼만 살아가게 되는 시스템에 자녀들을 집어넣는 것과도 같다. 현시대가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이전의 교육과 다를 건 전혀 없다. 단지 배우는 과목의 종류와 난이도가 조금 올라갔을 뿐이다.


아이들이 자신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본인들이 경험했던 교육 절차와는 다른 교육을 받게 하거나, 본인들이 먼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회사에서 한 달 꼬박 일해서 받은 월급으로 이 학원 저 학원 보내고 마는 게 전부다. 본인들의 노후준비는 커녕 당장의 생활비도 위협할 정도의 사교육비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투자하곤 한다. 명목은 훌륭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고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생각해 보자. 아이들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게 정말 공부를 잘했으면 좋은 것일까, 공부를 잘해서 많은 돈을 벌었으면 하는 것일까.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모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세상에 부자가 더 많은지,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지. 그리고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들이 피 같은 돈을 써가며 사교육비를 투자하는 곳이 남들도 다 똑같이 보내는 곳인지. 이 정도만 생각해 봐도 어느 정도 답은 나온다. 남들 다 보내는 학원에 우리 아이도 보내봤자 부자는커녕 보통 수준의 삶을 살면 다행이다.


물론 여유가 되면 할 수 있는 교육은 다 시켜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사교육비가 보통이 아니다. 일반적인 가정이 남들 하는 만큼의 사교육을 모두 감당하려고 한다면 생활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리스크는 본인들의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점점 가난해져 가는 부모를 보고 자라는 아이가 과연 부모 이상의 삶을 살아갈 확률이 얼마나 될까? 물론 스스로 훌륭한 독립을 이루게 될 아이들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부모의 삶을 그대로 밟아갈 확률이 높을 것이다.



돈으로 해결하는 자녀교육의 악순환

돈으로 해결하는 자녀교육의 악순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 교육비로 빠져나가는 돈만 해도 한 달 월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데 이런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 문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어쩔 수 없이 빠져나가는 교육비로 인한 생활고의 스트레스를 술로써 푸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부모는 아이들은 학원만 보내놓고 본인은 퇴근하고 나서 술로 여가시간을 달래곤 한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내 아이가 뭘 배우는지는 관심도 없고, 부모로서 할 도리는 다 했다고 생각하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매일 술을 먹는 것이다. 술은 건강도 망치고 집안도 망치는 지름길이다.


두 번째는 남들처럼 보낼 만한 학원도 다 보내면서 자신들의 욕구도 채우려는 욕심 많은 부모들이다. 아이들 교육비로 지출되는 돈이 상당하지만, 본인들의 취미생활도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이라는 큰 숲은 보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나무만 패려는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당장엔 너도나도 한다는 취미들을 따라 한답시고 여러 장비도 사들이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하지만, 이런 취미는 유행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소비 자체가 선을 넘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생활비가 빠듯하지만 돈을 모으기는커녕 빚이 늘어나기 딱 좋은 생활방식이다. 이런 가정에선 자녀가 올바른 경제관념을 배울 수가 없다.



인생에 모든 권한을 회사에게 넘겨주는 사람들

회사가 주는 월급으로 생계를 비롯해서 아이들의 교육까지 온전하게 떠맡기는 것은 내 인생의 모든 통제권을 회사에게 넘겨주는 것과 같다. 그렇게 출근하기 싫다고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 회사 없이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 스스로를 집어넣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생계유지와 관련된 문제는 월급을 받으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지만,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학원 몇 개 보낸다고 끝이 아니다. 학원은 단지 시험을 더 잘 치는 방법만 알려줄 뿐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부분까지 알려주는 건 그들의 관할이 아니다.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본인의 삶을 먼저 구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실제로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관심도 가져야 한다.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남들처럼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노후준비를 포기해 가면서 사교육비에 투자하는 대가가 자녀들의 인생이 더욱더 남들과 똑같아지는 길을 걷는 거라는 걸 알아차려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먼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올바른 부모라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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