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Mar 12. 2023

결혼에 대한 환상이 클수록 결혼을 포기하게 된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이 문제다

사람들은 결혼이 미친 짓이라고 한다. 또 결혼은 현실이라고 한다. 그만큼 결혼생활이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다. 보통 결혼을 언급하는 사람들에겐 이전에 없던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고생길이 시작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기운이 내포되어 있다.


나도 막상 결혼을 해보니 삶이 달라지긴 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오히려 내 삶은 더 행복해졌다.




사실 결혼은 별 거 아니다. 사람 사는 일이 다 똑같듯 단지 나의 배우자와 뜻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 그게 전부다. 근데 보통 사람들은 결혼을 하는 게 꼭 뭔가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처럼 생각한다. 미리부터 지레 겁을 먹고 고생길이 시작된다고 두려움과 불안감에 휩싸이거나, 이제부터 행복할 거라는 망상에 빠지는 것 같다. 아직 결혼 생활을 시작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막연한 상상을 하며 머릿속에서나 이루어질 법한 결혼 생활을 기대하니까 막상 현실에 그것이 드러났을 때 대부분 실망을 하는 것이다.



사람 마음은 원래 변한다

결혼하면 서로 무뎌진다고 하는데 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다. 뭐든지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되어 있다. 우린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초심 같을 거라고 기대하는 마음 자체가 애초에 어리석은 마음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누구와 지내도 항상 심리적인 문제가 따라붙을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조차 직업이 되면 금세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동도 두 번, 세 번 이상 보게 되면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운명의 상대라고 각인될 정도로 깊은 사랑을 느낀다고 할지라도 그 감정은 변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거라는 기대는 버리고 내가 매일 변하고 성장하는 만큼 배우자의 새로운 모습도 유심히 관찰하며 발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언제나 과거의 기억 속에만 머무른 채 그때 그 시절의 사람만 찾아 헤맨다면 실망에 실망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그때 그 사람은 이미 지나간 과거 속에만 머무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감정이 변했다는 느낌을 현실로 가져와 문제로 삼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탓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변했다는 건 인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람을 피우는 건 진실을 마주하지 않고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자가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다.



혼자 살아도 똑같은 인생이다

비혼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결혼하게 되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하면서 정작 결혼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은 결혼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해보지도 않고 자신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포기할 것들이 많다고 하는 것이다. 우린 애초에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하려고 태어난 건 아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활동이라도 잠깐 쉬어갈 수도 있고, 사실 안 해도 아무 문제없는 것이다.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부여잡고 있으려는 본인의 욕심에 의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뿐이다.


진실된 사랑을 나누는 배우자와 살을 맞대고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포기해야 될 것들만 생각하는 사람은 결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생활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는 필요하다. 그래야 어떤 문제에 부딪혀도 지혜롭게 잘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세가 결혼에서만 필요할까? 혼자 살아가는 것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처세술은 필요하다. 결혼생활이 꼭 대단히 커다란 것이라고 느끼면서 포기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도 쓸데없이 부풀려서 생각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그냥 인간의 삶을 살다가 가는 것뿐이다.


포기할 게 많다는 이유로 혼자 살아간다는 사람이 한다는 게 고작 넷플릭스를 마음대로 보거나, 게임을 원 없이 하거나, 매일 밤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이라면 그건 이미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진짜 좋은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외면하고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순간들로 가득 채우는 하루가 너무 편하기 때문에 그런 삶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인생은 실제로 편한 게 아니라, 날마다 쌓여가는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기 싫어서 저 멀리 뒤로 미루고 미루는 것뿐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

결혼하고 배우자와 관계가 틀어지거나, 생활이 점점 더 좋아지지 않는 사람들은 애초에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결혼의 기준으로 30평대 아파트, 중대형급 자동차, 안정적인 직장만 거론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인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앞서 말한 기준 같은 것들은 단지 생활이 조금 더 편하냐 아니냐가 전부다. 물질적인 것들은 언제나 끝없는 욕망을 자극한다. 다행히 남들만큼의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추고 나서 결혼을 하더라도 어차피 산 넘어 산이다. 그런 건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결혼생활의 성공여부가 갈리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과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서 결정된다. 결혼생활 속에서 일어날 법한 수많은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본인에게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살아가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가 내게 닥쳐와도 피하지 않고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그런 능력이 본인에게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그만큼 배우자를 믿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힘을 합치면 안 될 것이 없다. 어떤 문제라도 해답은 찾게 되어 있다.




결혼은 사실 별 거 없다. 어차피 인간을 초월하지 못한다면 결혼을 하거나 말거나 똑같이 밥을 먹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잠을 자며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단지 자기 혼자 세워놓은 하늘처럼 높은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을 품는 자들이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뿐이다.


인간의 삶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변하지 않는 영원한 진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들은 뭐가 그리 미안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