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목표는 있으나 목적이 부실한 사람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그곳에서 매일 글감도 제공받고 글쓰기에 관련한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 응원도 해주고 있다. 아무래도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보니, 여러 온라인 플랫폼 중에서 브런치에 관심이 가장 많았다.
브런치 작가들만 모집하는 모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많은 브런치 작가분들이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브런치 작가를 목표로 글을 쓰고 있었다. 매일 일정량의 글을 쓰고 서로 공유하는 것까지는 서로가 비슷하지만,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글을 쓰는 목적이 조금 달랐다.
내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나의 일일과제이면서 동시에 평생의 업이라고 여기고 있다. 지금은 비록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훗날엔 글만 쓰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 글쓰기는 친한 친구 같으면서도 무서운 선생님 같기도 하지만, 어쩔 땐 그냥 나 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었다. 반면에 아직 브런치 작가가 아닌 분들 중에서는 브런치 작가 심사통과를 목표로 글을 쓰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도 나름 글쓰기 연습을 하긴 하지만 '어떤 글을 쓰면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처럼 보였다.
사실 난 브런치 작가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톡방에 '어떤 글을 써야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조언을 구할 때마다, 매번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하지 못한 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그런 고민할 시간에 뭐라도 쓰라"는 것이었다.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지 못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생각보다 많은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목표가 '브런치 작가 승인'인 사람들일수록 브런치 작가심사를 뚫지 못하는 경향이 강했다.
설사 그런 분들이 막상 브런치 작가가 된다 하더라도 꾸준하게 글을 쓰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목표는 있으나, 글을 쓰는 목적이 없는 사람들은 목표의 달성여부에 따라 글쓰기에 대한 의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만을 목표로 글을 쓰는 사람의 미래는 두 갈래로 이어진다. 하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지 못해서 글쓰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글쓰기를 그만두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 심사가 통과된 많은 사람들이 괜히 글태기에 빠지는 게 아니다. 글을 쓰는 뚜렷한 목적도 없이 단지 '브런치 작가 승인'만을 위해 글을 썼거나 혹은 생각보다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글태기가 오는 경우가 많다.
사실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브런치 작가가 아니라도 글은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고, 브런치 작가가 된다 할지라도 글을 쓰는 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매일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고, 글쓰기를 진실된 마음으로 해나가는 사람이라면 브런치 작가 승인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딱히 주제가 없더라도 진실된 마음으로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본인만의 주제가 잡히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조금씩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조언을 구한다고 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솔직한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매일 쓰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자신만의 색감이 없는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의 고유한 색감을 알아볼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면 '브런치 작가 승인'을 목표로 두는 건 좋으나, 글을 쓰는 목적만큼은 뚜렷해야 한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본인이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뚜렷한 생각만 바로 서 있다면 카카오 브런치팀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작가승인을 해 줄 것이다.
브런치 작가심사의 기준은 공개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 하지만 이미 브런치 작가가 된 사람들은 브런치 작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훈수를 두는 실수를 한다. 작가 승인을 받은 사람조차도 본인이 정확이 어떤 부분으로 인해서 심사가 통과됐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나도 잘 모른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전에 운영했던 네이버블로그를 링크 걸었더니 한 번에 통과된 케이스다. 내 블로그에는 나만의 사색이 담긴 에세이 글과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써낸 독후감들이 대부분이었다. 누구는 작가 승인을 받기 위해선 글의 주제가 통일되어야 한다고도 하는데, 내 블로그에 쌓인 글들은 통일성과는 관계가 멀었다. 오히려 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난 원래부터 글을 쓰고 있었다.
이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다량의 글들이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아직 글근육이 제대로 붙지도 않은 사람에게 한 가지 주제로 통일해서 글을 쓰라고 하면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될까. 오히려 브런치 작가승인을 받아보겠다고 주제를 어설픈 꼬챙이로 끼워 맞추다 보면 글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될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사람들이 브런치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더 많은 글을 쓰기 위함이라는 것은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글쓰기를 잠깐 하고 말 게 아니라면, 브런치 작가 같은 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글을 공개적으로 발행하는 건 꼭 브런치가 아니어도 된다. 다른 곳에 발행한 글은 나중에 브런치로 옮겨와도 될 일이다.
브런치 작가 승인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우려되는 이유는 작가심사가 통과되지 않는 것을 자신들의 글이 잘못됐다거나, 부족한 요소가 많다는 생각과 결부시키기 때문이다. 본인의 글이 브런치 작가심사의 기준에 들어맞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세상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글은 단 하나도 없다.
아무것도 아닌 작가심사 때문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본인만의 고유한 생각과 감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기 위해 글을 쓰는 건 파도가 넘실거리는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는 것과도 같다. 내 이야기는 세상에서 오로지 나밖에 쓰지 못한다. 날 잘 알지도 하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내게 영양가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질문을 할 거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정말 글을 쓰고 싶은 건지.
글쓰기를 좋아하긴 하는 건지.
브런치 작가는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브런치 작가가 되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본인만의 밭을 가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만의 밭에 태양을 내리쬐고, 물을 뿌려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색감이 짙게 배인 싹이 틀 것이다.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굳이 브런치 작가 승인이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압박이 되니까 말이다.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비결은,
남는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다.
단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