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늦잠 자는 걸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

by 달보


굳이 주말까지 새벽에 일어나야 하냐고 누가 내게 물었다. 이젠 그런 질문을 가끔 받을 때면 이미 내가 어떤 대답을 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겨서 그저 가볍게 웃어넘기곤 한다. 아마 내가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책 한 권을 써서 보여줬어도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 시작하기 전까진 나도 그랬으니까.


나도 그 누구보다 늦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었다. 여전히 늦잠은 좋아한다. 아침에 눈을 떴다가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인 걸 실감하고 다시 자는 쾌감은 달콤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달콤한 늦잠보다 새벽기상이 주는 기쁨이 내겐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거대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기로 선택하는 것뿐이다.


세상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때면, 삶의 풍요로움이 내 온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든다. 유독 그런 소리를 가장 듣기 좋을 때는 바로 새벽이다. 오늘도 남들이 다 한창 꿈나라에 있을 시간에 사랑하는 아내 얼굴을 한번 슥 훔쳐보고 밖을 나오니 유독 새소리가 잘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남모를 행복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오늘부터 2박3일 강릉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앞두고 있는데, 왠지 이렇게 새벽을 먼저 챙기고 나면 더 좋은 여행을 다녀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자존감이 대놓고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매일 하루가 더 좋아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식탐과 손을 맞잡고 배를 가득 채운 후, 낮잠을 자면 꽤나 잘 살고 있는 듯한 만족감이 들었다. 맑은 날에 자는 낮잠도,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 청하는 낮잠도 그 매력이 각기 달라서 언제나 주말이 오면 조용한 음악을 틀고 낮잠 자는 걸 꽤나 즐겼었다.


하지만 이젠 그것도 모두 이제 지나가버린 과거의 추억이 되었다. 이렇게 평일이고 주말이고 할 거 없이 새벽에 일어나다 보니 최고의 꿈은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웬만하면 깨어 있으려고 한다. 여전히 늦잠과 낮잠은 생각만 해도 달콤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세상의 문을 먼저 두드리는 건 그 자체로 달콤하면서도 건강했다. 이젠 이 생활을 멈출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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