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태양보다는 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by 달보


2년 전인가, 새해를 맞아 아침산책도 할 겸 집 앞에 있는 다리위로 걸어갔던 적이 있다. 옛날 우리집 근처에는 '해맞이 다리'라고 일출을 보기 딱 좋은 다리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걷고 있던 곳은 그 옆에 있는 일반 다리였다. 신기하게 그날따라 유독 사람들이 그 일반 다리로 몰려서 새해 일출을 보겠답시고, 갓길에 불법주차를 하면서까지 태양이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새해가 밝으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떠오르는 태양만을 바라본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의미를 태양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난 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에 대해서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1월 1일이라는 이유로 굳이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 찾아가진 않는다. 하늘에 뜨는 태양은 우리집 옥상이나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나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어느 동네에서 찾아온건지는 몰라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문득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사람들을 등지고 반대편으로 돌아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더니, 너무나 밝은 동그란 달이 떠 있었다. 난 그때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반대편 하늘에는 달이 너무나도 환하게 떠있었다. 내가 잘못 본건가 싶어서 눈을 씻고 다시 올려다 봐도 정확히 선명하게 달이 떡하니 그곳에서 나를 반기고 있었다. 사실 달이 하늘에 떠 있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난 그때 그 순간이 왜 그렇게 특별하게 다가왔을까.




난 새해라고 모여드는 사람들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한 해가 다 끝나갈 때쯤엔 1년 동안 고생했다는 명목으로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 새해가 뜨면 새롭게 시작해보자고 항상 실패를 거듭해왔던 다짐을 반복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금세 의욕이 풀어지는 그 가벼운 태도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서 구한 사람은 새해를 기념하여 일출을 보러 갈 시간에, 언제나 그랬듯이 여느때처럼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할 것이다. 사실 한 해가 시작되는 날 뜨는 첫 태양은 그 어떤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태양은 뜨고 지는 게 아니다. 태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자체적으로 기준을 세울 수 없는 인간들이 태양이 지구를 비추는 것을 하나의 잣대로 삼고서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기념하려 모인 자리에서도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서 태양만을 바라보는 게 아쉬웠다.


자기 멋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잡기술이다.




난 왠지 모르게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경계하고 피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반대로 가면 갔지, 웬만하면 그들과 섞이려고 하지 않는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습성이 작용한 것인지 2년 전 일출을 보러 갔던 그날에 난 혼자서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하늘에 환하게 떠 있는 커다랗고 동그란 달을 발견했다.


그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밝게 빛나고 있지만 외롭게 떠 있는 달을 나라도 알아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그런 달 같은 존재와 어울리고 싶었다. 사람들이 온통 태양에 정신팔려 있을 때도 뒤에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달에게 관심을 가지고 친해지고 싶었다.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해도 제 역할을 충실히 조용히 해내고 있는듯한 그 커다란 것에 마음이 이끌렸다.


난 굳이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아도 존재감을 든든히 뽐냈다 사라지는 태양보다는, 눈에 보이진 않아도 항상 꾸준하게 하늘에 떠 있는 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그런 든든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고 살아간다.


홀로 떠 있는 달이 내 눈에 들어온 건,

그래서 그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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