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내 눈에 들어온 튤립

새벽에 일어나보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들

by 달보


오늘도 새벽을 맞이할 수 있는 감사함과 마음의 풍요로움을 한껏 만끽하면서 나의 또 다른 글을 만나러 카페로 가는 길이었다. 집에서 그곳까지는 약 500m 정도 거리였고, 그 중간에는 도서관이 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거대한 도서관은 옆으로도 커다란 계단들이 이어져 있는데, 그곳 가장 아래에 튤립이 피어있는 것은 처음 봤다. 그곳을 그렇게 많이 지나다녔는데 이제야 내 눈에 들어온 것도 신기하다.


꽃은 이쁘다고 생각하지만, 그다지 내 관심을 끌진 못했다. 꽃의 이름도 모르고, 누가 꽃말에 대해 설명해 줘도 금세 잊어먹곤 했다. 그런 내가 매일 지나던 길에 펴 있는 튤립을 알아본 건 내가 그만큼 변한 걸까. 오늘따라 꽃이 이뻐 보여서 사진으로도 몇 장 담았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동굴에서 곤히 자고 있을 아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면 내면의 실평수가 조금 더 넓어지면서 동시에 마음속을 환기시켜 주는 창문이 열리는 것만 같다. 잡생각, 고정관념, 망상, 착각 등의 명판을 달고 내 마음 안에서 불법체류하고 있던 것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도 춥다고 느껴지지 않고,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괴롭히던 문제들이 어느샌가 깃털처럼 가벼워져 있다.


세상이 잠든 고요한 시간에 일어나 조용히 나와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내본다면, 이제껏 내 마음을 짓눌러왔던 것들이 바로 나의 마음이었단 것을 알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근처에서 항상 존재하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드디어 알아보게 될 지도 모른다.


이제야 내 눈에 들어온 튤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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