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기적을 날리지 마세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1,000자 이상의 글쓰기를 하겠다'라고 적어놓은 포스트잇을 쳐다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 4시도 모자라, 이젠 새벽 3시에 일어나기 시작해서 글쓰기를 위한 독서를 합니다. 그리고 7시까지 글을 쓴 후 남은 하루의 글쓰기를 위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운동을 합니다. 그렇게 새벽을 충만하게 보내면 그날 하루는 뭘 해도, 뭘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됩니다.
욕심이 많은 저는, 퇴근을 하고 나서도 저녁에 카페로 출근해서 글을 씁니다. 저에게 있어서 직장은 잠시 거쳐가는 곳일 뿐입니다. 제가 본업을 한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은 글을 쓰는 순간입니다. 언제부턴가 이렇게 제 인생은 글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물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가 있지만요.
저의 일상은 이게 전부입니다. 제가 쓰는 지출은 카페에 출근해서 아메리카노 값을 지불하는 게 전부입니다. 만약 누군가 저에게 선물을 하게 된다면, 제가 진심으로 기뻐 날뛰는 모습은 보지 못할 겁니다. 전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고 필요한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전 이미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할 게 없는 삶입니다.
전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며 매일 이렇게 지냅니다. 하지만 그렇게 글을 많이 쓰는 것치곤, 책 이외에 다른 사람의 글을 자주 읽진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넘쳐나는 생각들을 옮겨 적기에도 시간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약 전업작가였다면, 다른 분들의 글을 읽는 데 조금 더 시간을 투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 가면서까지 필사적으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일은 하지 않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번 글은 위와 같은 내용을 전하려고 쓰기 시작한 건 아니지만, 역시 글을 쓰다 보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게 자연스럽나 봅니다. 제 얄팍한 집중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갑자기 문득 글쓰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매일 꾸준히 글을 잘 쓰고 계시는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이 글이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을 겁니다.
전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모인 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분들과 잦은 교류를 주고받으면서 얼마동안 지내다 보니, 제가 그중에서 매일 쓰는 것만큼은 상위권에 속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글쓰기와 관련된 사람들조차도 매일 쓰는 건 힘들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왜 매일 쓰는 것을 힘들어하는지, 나와의 차이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제 주관적인 프레임을 적용해서 한 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전문지식이 없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긴 했지만,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거치다 보니 딱히 그렇다 할 전문지식을 쌓을만한 경력을 쌓지 못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들을 절대로 허송세월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많은 경험들을 하나로 응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론은 이곳저곳 찍먹하느라 특정 직업군에 대한 깊은 지식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 글을 쓰는 데 있어서는 전문지식이 그리 필요 없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뭔가 해박한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있어야 쓸만한 글감이 많이 튀어나올 거라 생각했었지만, 막상 글을 써보니 딱히 대단한 지식이 없어도 이렇게 막 쓰듯 매일 뭐라도 써내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전문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제가 느끼지 못할 부담감에 의해서 글쓰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너무 많이 알아서일까요? 알고 있는 게 많다 보니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걸까요? 저도 그 이상으로는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건 글쓰기에 있어서는 저보다 훨씬 생각이 많아 보인다는 거였습니다. 많은 생각은 언제나 행동을 가로막는 주범 중에 주범입니다.
뭐, 굳이 전문지식을 빼놓고 얘기하더라도 플랫폼 자체에 대한 부담으로 글 발행을 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진심으로 말씀드리는데 브런치, 아니 이제 브런치 스토리라고 해야 하나요. 여하튼 이곳은 생각보다 그리 대단한 곳이 아닙니다. 그냥 글쓰기에 최적화된 인터넷 플랫폼 중 하나일 뿐입니다. 브런치는 내 글이 평가로 난도질당하는 어떤 시험대가 아니라 그냥 컴퓨터 메모장 같은 '또 하나의 쓰는 공간'일 뿐입니다.
전 브런치에 겁을 집어먹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브런치라서 부담스러우신 건가요, 아니면 다듬을수록 본인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건가요. 내 글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은 역설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잘 쓰인 글을 바라는 욕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서 글쓰기를 망설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욕심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저도 욕심은 많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만큼은 하늘을 찌릅니다. 하지만 욕심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결과는 많이 달라집니다. 저는 욕심을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욕심 때문에 새벽에 일어날 수 있는 의지가 생깁니다. 욕심에 눈이 멀어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마저 조절해 가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만약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욕심이 아니라, 진짜 두려운 마음에 내면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거라면 남들과 비교를 하며 용기를 얻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비교하는 것'자체를 망상의 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경계하는 편이지만, 그런 것도 써먹을 땐 유용하게 써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브런치에 글 쓸 엄두가 나지 않을 때마다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검색해 보세요. 막상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탐색하다 보면 생각보다 브런치 작가심사에 통과까지 한 사람들이 쓴 글 치고는 본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모든 글은 읽는 사람만의 주관적인 해석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평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내 눈에 별로인 글은 별로인 겁니다. 그런 글을 찾아서 용기를 얻어보세요.
내 기준에 영 미치지 못하는 글을 일부러 찾아내서 그것을 나의 용기에 불을 붙이는 땔감으로 사용해 보세요.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지만, 본인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비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변화는 생각에서 출발하지만 그 끝은 행동에 있으니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전 매일 글을 써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매일 쓸 만한 글감이 넘쳐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제 브런치 '작가의 서랍'속에는 시도 때도 없이 메모하듯 저장해 놓은 이런저런 글감들이 세 자릿수가 넘어가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글쓰기가 술술 물 흘러가듯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컨디션 때문인지, 제가 글근육이 부족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건 글을 쓰다 보면 어딘가 막히는 구간이 항상 생긴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개의치 않고 어떡해서든 더 쓰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그런 상태로 글을 쓰면 정말 형편없는 글이 나오긴 합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어차피 각 잡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글을 써도 초고는 모두 쓰레기입니다. 마음먹고 글을 써도 평소보다 조금 '덜' 형편없는 글이 써질 뿐이라는 말입니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려는 태도'입니다. 구성이 갖춰진 글을 쓴다는 생각은 버리고, 단지 써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고민이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명언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머리로 기억하고 완벽히 이해를 했다고 해서 실제로 잘 되지는 않을 겁니다. 머릿속에서는 '좋은 글을 써야 한다', '잘 쓰고 싶다' 등의 생각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니까요. 그런 방해공작을 뚫고 글을 써내는 게 여간 쉬운 게 아니라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쓰려고 했으면 어떡해서든 써내야 합니다. 그런 순간에 튀어나오는 형편없는 글들이 나중엔 어떤 글로 탄생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정 그렇게 힘이 빠질 때는 브런치 같은 것에 접속하지도 마세요. 사실 최고의 글쓰기 공간은 윈도우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는 '메모장'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부담 없이 글을 쓰기에는 최적의 프로그램입니다. 아무리 브런치가 글쓰기에 최적화되었다고 할지라도, 컴퓨터 메모장에 비하면 방해요소가 상당히 많은 축에 속합니다.
'메모장도 안 되고, 도저히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싶으면 그때가 비로소 책을 펼칠 때입니다. 글쓰기는 원래 독서나 실제 경험 같은 인풋이 없으면 나오기 힘든 겁니다. 글쓰기의 동력은 깊은 사유에서 나오지만, 사유의 땔감은 주로 독서나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많이 얻게 됩니다.
특히 책은 통찰력과 혜안을 가져다줍니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일수록 내용이 어렵고, 머리 아픈 내용으로 가득할 수도 있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면 인생이 넓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꾸준한 독서는 비로소 글을 쓸 때면 그 빛을 발하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쓸 게 없으면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마시고 '독서를 할 때가 왔구나'라고 편하게 생각해 보세요.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을 때 행동을 멈추는 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때 행동을 멈춘다면 그 부정적인 기운이 온몸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미리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자동적으로 '책을 읽어야 할 때가 왔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버릇을 들이는 겁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행동에 돌입할 수 있도록 스스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행동을 억제하는 고정관념에 묶이는 게 아니라, 행동을 불러일으키게끔 고정관념을 이용하는 겁니다.
좀 전에는 비교를 써먹으라고 하더니, 이젠 고정관념을 써먹으라고 하네요. 제가 쓰면서도 조금 어이가 없긴 합니다. 제가 평소에 쓰는 글들은 항상 비교하는 심리와 고정관념에 대해 주의하라는 내용으로 도배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본인이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기능은 꺼 버리고, 내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도구나 감정이라도 잘 써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한가로운 주말 아침, 평소처럼 글을 쓰기 위해서 카페로 걸어가던 길에 '오늘은 뭘 쓰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해 번뜩이듯 글쓰기에 임하는 저만의 생각을 써봤습니다. 저는 항상 무슨 글을 쓸지 모르는 상태에서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립니다. 그렇게 막상 몇 글자 적기 시작하면 쓰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생각보다 형편없는 글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 본인을 들여놓으면 어떡해서든 뭐라도 써낸다는 것을, 글쓰기를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출간 작가도 아니고 그렇다 할 대단한 성과도 없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한편으론 웃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제 글을 통해 한 단어라도 더 끄적이게 되는 기적을 기대하며 부족하지만 나름의 용기를 갖고 이렇게 또 한 편 써봅니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생각, 고정관념, 망상, 착각, 두려움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그 자체로 찬란하고 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