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쓰게 된다
제가 쓴 글들을 훑어보면 어떤 사회현상을 관찰하거나, 직접 겪은 일을 떠올리면서 쓴 글들이 많습니다. 현상너머에 숨어 있는 것들을 애써 발견하려 했던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표지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 그런 것들을 그냥 편하게 흘려버릴 수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제가 본 것들을 다 기록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 할 말이 되게 많은가 봅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제가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몰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가끔 친구와 1:1로 대화를 할 때 말이 많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것 같네요. 여하튼 제가 글을 이렇게 많이 쓸 정도로 할 말이 많은 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보이는 게 많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아지다 보니 순수하고 귀엽게 보이기만 하던 아이에게서 배울 점을 발견하고, 조용히 산책을 하다가도 문득 인생의 지혜를 깨닫기도 합니다. 심지어 누가 제게 화를 낼 때조차 그 화를 바라보며 반응하는 저의 내면의 상태를 관찰하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몇 번 말을 꺼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저를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기만 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는 상대방도 나름의 생각이라는 게 있는데 무턱대고 내 생각이 맞다며 들이미는 것은 일종의 오만함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전 더욱더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못했던 것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그런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겁니다. 저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책 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제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항상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할 말이 많아지는 두 번째 이유는 앞뒤가 맞지 않는 현상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 것을 가지고서는 그리 논할 게 많지 않습니다.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난 것뿐이니까요. 하지만 인생에서 통찰력과 지혜가 필요한 이유는 앞뒤가 맞지 않고 뻔하지 않은 일이 정말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은 상황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모든 문제는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인간의 생각과 마음에서 우러납니다. 자연은 항상 그대로이지만,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기 일쑤입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문제'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통찰력이 조금씩 늘다 보면 제3의 눈이 떠지면서, 공기처럼 떠다니고 있는 바이러스와도 같은 것들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현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할 말이 정말 많아집니다. 늪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은 정말 위대한 명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한편으론 정말 편하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정신을 바로잡을 수 있는 훌륭한 습관은 '항상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알아차릴수록 생각은 깊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만큼 할 말은 많아지게 됩니다. 그렇게 생겨나는 말들이 결국 글쓰기로 닿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면 목소리가 크고 힘 있는 자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꼭두각시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좀 살았다 싶을 때는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고 보면 수많은 오류들이 인생 곳곳에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생은'나답게 살아가는 삶'을 누리는 것입니다. 나다운 건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를 믿고 온전한 자기만의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괴롭히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평생을 힘들게만 살다가, 훗날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가 와서야 비로소 그 진실을 깨닫는다면 너무 비참하지 않을까요? 그냥 바람처럼 흘러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인생은 그리 순탄한 여정이 아닙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을 살고자 하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한참 쓰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제 필력이 부족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제 안에는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점점 더 알아가는 게 글쓰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습니다.
보이는 만큼, 아는 만큼 할 수 있는 말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지는 만큼 할 말도 자연스럽게 많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어설프게 깨달아서 할 말이 많은가 싶기도 합니다. 세간을 관통하는 지혜를 머금은 메시지일수록 간결한 법이니까요. 훗날에 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견고한 사람이 된다면, 그땐 비로소 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모쪼록 책을 읽지 않으시는 분들은 독서를 시작하셨으면 좋겠고, 이미 책을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글쓰기는 꼭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독서와 쓰기는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글쓰기는 하고 싶은데 잘 써지지가 않는 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신다면 '과연 나는 할 말이 얼마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할 말이 많아야, 쓸 것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