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발견해서 참 다행이다
평생 나와는 연결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책과 친해지고 난 후로부터는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달라 보이니 참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좋은 것은 더 좋아 보이고, 나쁜 것은 나쁘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전 그런 새로운 발견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저 혼자 재밌어하는 이야기를 신나게 떠들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럭저럭 들어주던 사람들도 나중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미없는 소리 그만해라', '현실적으로 생각해라', '점점 이상해진다'와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말을 처음 들었을 당시엔 그들의 말에 수긍했던 기억이 납니다. 안 그래도 생각이 워낙 많은 게 문제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결국 그런 복잡한 생각에 휘말려서 쓸데없는 말을 하고 다닌 건 아닌지 부끄럽고 후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인생을 경험하면 할수록 제가 새롭게 발견한 것들은 거의 다 '사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직감적으로 이상하다고 느꼈던 건, 대부분 이상한 게 맞았습니다. 좋아 보이는데 뭔가 찝찝한 구석이 있었던 건 정말 좋기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은 제 주변에는 없었습니다. 괜히 주변에 얘기해 봤자 예전처럼 좋지 못한 소리를 들을까 봐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사실을 혼자서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항상 답답했습니다. 혼자 조용히 알고 있기엔 제가 저를 드러내려는 욕심이 매우 커서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 제가 진지하게 소통을 할 수 있었던 곳은 단 두 군데밖에 없었습니다. 첫 번째는 독서를 통해 저자를 만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책을 쓴 위대한 업적들을 남긴 저자들에게 들은 것들을 토대로, 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하며 나름의 해답을 얻어가며 살아갔습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제 마음속에 억눌려있던 모든 것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왜 진작에 글쓰기를 발견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굳이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호소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들 비현실적이고 이상하다고만 하던 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는 것을 글쓰기를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저만의 글을 드러내기 전까지 저는 제 현실이라는 테두리 속에 갇혀 살았던 겁니다.
온라인을 통해 저만의 소소한 생각을 표현한 글을 발행하니, 걱정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온전히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토해내듯 글을 쓰기만 했지, 공감을 얻어내려는 목적으로 쓴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 글을 공감해 주시는 많은 분들을 접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전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지도 못하지만, 부족한 제 글에 반응을 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이런 글쓰기는 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꾸준히 하는 걸 세상에서 가장 못하는 제가 이렇게 오래도록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상 이상으로 많은 분들과 글쓰기로써 소통을 하는 건 정말 값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오만한 생각도 글쓰기를 하면서부터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보니 세상은 제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은 곳이었습니다. 또 글쓰기를 통해 저의 내면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한껏 몰입해서 글을 쓰다 보면, 제가 스스로 생각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이야기가 제 눈앞에 나타나는 마법 같은 경험을 매일 하곤 합니다.
혹시 저처럼 책을 읽거나 어떤 특별한 경험을 통해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는 바람에,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면 글쓰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이야기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상상했던 것보다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말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난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깊은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요즘 살짝 텐션이 떨어진 저와, 글쓰기를 망설이는 모든 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진심 어린 바람을 담아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