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과 감정을 경계해야 한다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기분 나쁜 상황이 일어나서'가 아니라, 일어난 상황에 대하여 '기분 나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 사고는 좋고 나쁨을 내포하고 있지 않는다. 언제나 그 상황을 판단하는 인간의 잣대만이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이면서 지극히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기분의 높낮이는 살아오며 누적된 내면의 시스템에 따라서 반사작용처럼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가 실제로 기분 나빠서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는 기분이 나빠야 한다'라는 것들이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게 많다.
실제로 상황이 기분 나쁠만하냐, 아니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어떤 상황 앞에서도 내 기분을 현명하게 지킬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 것이다. 인간은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생명력이 다하기까지는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불행은 부정적 에너지를 불러오고 부정적 에너지는 생명력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때문이다.
좋은 일 앞에서도 너무 좋아하지도 않고, 나쁜 일 앞에서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초연한 태도가 지혜로운 처세라고 생각한다. 자극은 덜 할지언정 궁극적으로는 가장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쁜 게 실제로는 나쁜 게 아니듯이, 기분이 좋은 것도 실제로는 좋은 게 아니다. 모든 일은 그 찰나의 순간만으로는 감히 판단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떻게 이어지고 엮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만 사실 기분이 순간적으로 나빠지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는 시도를 꾸준하게 하다 보면 기분이 나빠질 때 아주 찰나의 순간만큼이지만 '멈출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때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금세 나를 덮쳐 온 감정들이 대부분 흘러나가게 된다. 일어난 감정을 스스로 부여잡지만 않는다면 감정은 그대로 나를 통과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다.
생각에 마음이 지배당하면 상황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내 생각을 현실에 억지로 끼워 맞추게 된다. 안타깝게도 생각은 현실의 타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생각이라고 해서 무조건 내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생각이 만들어내는 감정을 흘려보낼 수만 있다면 눈앞의 상황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보다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감정을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도 인생에서 후회할 만한 일들을 대폭 줄여나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 때 '기분 나쁜 게 당연하지'라는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다면, 미래에 다가올 불행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과도 같다. 인간의 생각은 생각보다 내 편이 아니기도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월등한 능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기분 나쁠 만하다고 하는 일조차도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기 자신의 기분을 생각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기분 나쁘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떠올려보고, 그 판단의 근거가 어디에서 오는지 곰곰이 사유해 본다면 의외로 많은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 자체는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 촉진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사고는 일종의 지표이자 세상이 내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여길 수 있다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질지도 모른다. 모든 일은 내 기분을 위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어떤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서 벌어지는 것뿐이다.
순식간에 온몸을 뒤덮는 감정을 이겨내고 생각의 흐름을 멈추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사전에 생각하고 노력하다 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기분 나쁘게 생각되는 상황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처럼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기 시작한다면, 보다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