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내게 담배와도 같다

블랙홀 같은 콘텐츠로부터 인생 구하기

by 달보


난 담배를 입에 물어본 적이 없다. 담배에서 나는 그 연기에서 난다는 맛이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필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흡연하는 사람들이면 너도 나도 담배를 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 때문이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그렇게 담배를 끊으려고 안달인데 굳이 그런 패턴을 똑같이 시작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왠지 내가 흡연을 시작하면 그들보다 더 끊기 힘들 것 같아서 그런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런 내게 넷플릭스는 담배와도 같다. 넷플릭스를 들어가면 좌판대에 상품을 진열한 듯 놓여있는 수많은 프로그램 포스터들을 보면 한 번씩 다 들어가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될 게 뻔하기에 애초에 보지 않는 것이다. 난 아직도 '깐부'가 무슨 말인지 모른다.




주변 사람들은 요즘 핫한 드라마가 있으면 잠시 대화가 활발해진다. 그리고 그 드라마가 끝나면 또 다른 드라마로 넘어간다. 감상평은 언제나 똑같다. '대박이네', '꿀잼이네' 끝이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살짝 현타가 온다. 난 시간을 벌고자 새벽에 힘들게 일어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황금 같은 시간을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괴물에 갖다 바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운 건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간이 어딘가로 새고 있다는 것을 전혀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어서'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볼 수밖에 없는 늪'에 빠져 있기 때문에 안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은 엄청 쉬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경계하고 피하기만 해도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단순한 게임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어느 한 지점으로 비정상적으로 몰리게 되는 건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서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만의 개성이 뚜렷한 '서로 다른 인격체'이다. 자기답게 인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모습이 같을 수가 없다. 그놈에 '핫한 것'들을 즐기면 많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공유는 누릴 수 있지만 실상은 그런 콘텐츠를 기획한 사람의 배만 채워줄 것일 뿐, 결국 본인의 인생은 점점 나락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나중에 거리를 둬야 되거나, 끊게 될 것들은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내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담배였다. 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환경에 노출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에 물지 않았던 건 내 평생 잘한 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요즘은 시간이 갈수록 담배보다 더한 것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좋다고 하는 것을 무작정 내 일상에 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대개 그런 것들은 누군가의 기획에 의해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책임감 없는 생산품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구나 기획은 '인류를 위해', '환경을 위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라는 식으로 포장을 하지만 그 본질은 결국 개인의 욕망을 채우는 것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대가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거리낌 없이 그것도 아주 싼 값에 내어주고 있다.(사실 거의 공짜로 내어주고 있지만)


생존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속세와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을 무작정 즐기기엔 내가 내어주는 것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차피 멀리해야 될 것들, 어차피 내가 끊어내야 될 것들, 어차피 인생에 하등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 것들은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사람들은 조금만 생각하면 예지력을 발휘하여 가까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콘텐츠에 눈이 멀어 그런 능력이 본인 안에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듯하다. 내 시간과 건강을 잡아먹는 악마의 손아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두 번째로는 그렇게 벌어들인 시간에 '자기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을 통해, 마지막엔 '자신만의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사람은 자기만의 '할 일'이 있어야 한다.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알아서 시간을 따로 챙기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들로부터 자체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사실 행복이나 돈 같은 것들은 그 뒤에 따라오는 하찮은 것들이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할 일'이다. 그것도 자기만의 가치를 높이고 창출할 수 있는 개인적으로 깊은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무턱대고 대충 살아가던 사람이 할 일을 찾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부정적인 기운으로부터 벗어나 이전과는 다른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인정할 건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해 가면서 본인이 진정으로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라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자신만의 일을 찾은 사람은 죽기 전까지도 그 일을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우리는 세간의 진리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을 잡아먹는 것들에 몰입할 게 아니라, 삶 자체에 몰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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