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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y 30. 2023

오빠는 왜 폰을 안 봐요?

난데없이 날아온 아내친구의 질문으로 인한 벽을 느끼다

예전에 와이프 지인 커플과 함께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여행 도중 들린 카페에서 나 빼고 3명이서 폰으로 인스타그램을 하길래 난 그냥 창 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에 아내의 친구가 날 보더니 갑자기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오빠는 왜 폰을 안 봐요?"


그 질문을 받는 순간 가벼운 웃음이 나왔고 아무렇지 않게 그냥 넘어갔다. 그 후에 난 혼자 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시대가 도래해 버린 건가'라는 생각이었다. 아내 친구의 눈에는 내가 폰을 거의 만지지 않는 게 그저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하지만 나도 스마트폰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SNS활동을 하진 않지만, 주로 폰으로 책을 많이 보는 편이고 가끔 짬이 나면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때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즐기는 사람들 앞에서는 난 희귀종이었다. 그들은 카페 같은 곳에 가서 사진을 찍으면 바로 업로드를 하거나, 커피를 나오는 동안에 조금이라도 시간이 남으면 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구경했다. 커피가 나오면 커피 사진을 또 찍고 그것을 업로드하거나 한 두 모금 정도 마시고 다시 폰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들은 어떤 가십거리가 나오지 않는 이상 그냥 계속 폰만 들여다봤다.




난 카페 가서 와이프의 사진을 찍어주는 걸 좋아해서 사진은 꽤나 많이 찍는 편이다. 하지만 사진을 다 찍고 나면 먼 산을 바라보거나 자연의 풍경을 보면서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어딘가 처음 가보는 곳에 가면 최대한 주변환경을 자세하게 관찰하려고 노력하거나 그 장소만의 분위기에서 와이프와 진득한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에겐 오히려 폰을 만지작 거리는 사람들이 신기한 사람들이었다.


가뜩이나 요즘 사람들과 동 떨어진 느낌을 한창 받아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약간 씁쓸하기도 했건만 와이프 친구의 그 질문 하나로 확실한 벽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더 이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나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폰을 붙들고 사는 부류 중 한 명이었기에, 그때의 상황이 더욱 낯설게만 느껴진 것인지도 몰랐다.


참 다행인 점은 그들에겐 이질적으로 보이는 현재의 내 상태가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인생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SNS 활동 같은 것들을 알아서 끊어내고, 사람들이 서로 핫한 이슈나 유행하는 아이템들을 공유하며 거품과도 같은 친밀감을 다지는 동안 혼자서 먼 산을 바라보거나, 그저 가만히 있을 줄 아는 지금의 내가 참 좋았다. 혹시라도 시간이 비면 폰으로 바로 손이 가기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SNS는 너무 자극적이며, 너무 소모적이다. SNS는 사람들에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와 중독성을 주입하는 대신, 황금 같은 시간과 상상 이상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앗아간다. 그 방대한 정보가 훗날에 어떻게 쓰일지는 일반인으로서는 가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SNS를 너무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은 SNS가 아니라 본인의 인생을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릴없이 틈만 나면 남들의 사생활을 구경하거나, 자신의 사생활을 자랑하기 바쁜 것은 그저 '인생의 목적'과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SNS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SNS 자체'에 있지 않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몰입하는 것은 곧 뭔가를 회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시간을 잡아먹는 게 무엇인지, 난 왜 그것들에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지 진지하게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말이다. 내면 깊숙한 곳의 또 다른 자신은 언제든 정답을 알려 줄 의향이 있다. 다만 용기를 내야 한다. 용기를 발휘해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질문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럼 불편하겠지만 본인에게 진정 필요하고 중요한 진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생의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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