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도 일종의 쾌락이다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건 그리 달갑지 않다. 그런 마음이 일어나면 당장이라도 떨쳐내고 싶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더 불안감만 커지고 상황이 나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라앉을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사실 큰 효과는 없다. 다행히 시간이 꽤 많이 지나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다 보면 다시 마음이 원래대로 돌아오긴 한다.
하지만 이렇게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그저 시간이 흐르도록 마냥 기다려야만 할까?
불안은 마음이 만들어낸다. 생각으로부터 시작해서 굳어지는 마음의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불안은 현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내면의 부정적 에너지가 강해지면 결국 현실까지 번지게 된다. 이렇게 불안감이 정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할 때 가장 좋은 해결법은 행동하는 것이다. 몸이 움직이면 불안감은 줄어들게 된다. 평소에 하던 취미생활을 해도 좋지만, 딱히 취미가 없거나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밖에 나가서 산책하며 걷는 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나갈 힘도 없다면 그냥 종이에 '불안하다'라고 쓰는 것도 괜찮다. 이때 이왕 쓰는 김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상태를 최대한 자세하고 솔직하게 불안정한 감정을 글로써 옮겨보는 것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글로 적다 보면 내면의 부정적인 기운이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흘러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치유로써 상당히 괜찮은 방법이다.
불안감은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불안한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바깥에 나가서 조금만 걸어도 불안한 마음이 쉽게 해소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는 계속 가만히 있으려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불안감에 중독된 사람들은 '생각하면 고민이 해결될 거라는 착각의 늪'에 빠져있다고 볼 수도 있다. 생각도 나름 관성의 법칙이 있어서 한 번 일어나면 멈추기가 힘들다. 그런 생각에 계속 휘둘린다면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머리로는 불안감을 떨쳐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나도 모르게 그 마음을 부여잡고 계속 간직하려고 하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불안에 중독된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그리 현명하지 않고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인간의 뇌는 뭐가 좋고 나쁜지 구별하지 않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존에 최적화되어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슈퍼컴퓨터와도 같지만, 여전히 많은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불안할 땐 몸을 움직여서 어떤 행동이라고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움직여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불안을 유지하려는 생각의 속임수일 뿐이다. '생각'을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불안감을 없애는 최고의 방법은 현명한 생각으로 불안감을 떨쳐내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임으로써 의식을 '저 먼 곳'이 아닌 '현재'로 가져와 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면서 의식을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왔을 때 불안감이 해소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불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안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을 한답시고 사라질 리가 없다. 하지만 생각과 마음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은 의식을 현재로 가져오면 사라지고 없는 안개와도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뇌는 나의 생계를 유지하게끔 도와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게끔 방해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뇌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뇌는 그저 '상황'에 맞게 반응할 뿐이다. 그것을 분별해 낼 줄 아는 능력이 불안감을 대처하는 기술을 판가름 짓는 것이다.
생각이 나를 속이려 한다는 판단이 들 때면 그런 생각을 이겨내고 어떡해서든 움직이는 것이 좋다. 오히려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되는 훨씬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고 마음을 지배해 버린 부정적 에너지를 걷어내기는 힘들다.
생각, 착각, 망상은 현실에 몸을 던질 때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 움직이고 행동하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현재라는 순간에, 원래부터 내가 있던 곳으로 오게 된다. '지금'이라는 순간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순간 스스로가 만들어 낸 복잡한 세계로 다시 빠져버릴 것이다. 마음의 문제는 언제나 본인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비현실적인 세계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