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한 가지 모습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사랑을 '사랑'으로만 여긴다면 영원한 사랑은 당연히 없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사랑'이라는 단어 이상의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인간의 마음에서 나온다. 그런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랑의 형태도 조금씩 변하는 것이다. 매일 들쑥날쑥 변하는 기분처럼 사랑의 감정을 인식한 그 순간조차도 이미 그 모습은 변해가는 중일 것이다. 그래서 난 사랑이 변하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 같은 건 한 가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다. 어제 느꼈던 행복과 오늘 느끼는 행복이 같은 행복은 아니다. 어제 많이 슬펐다고 해서 오늘도 어제만큼 슬퍼하진 않는다. 사랑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받아들이고 서로가 성장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내가 지금 이 글을 쓸 때 느끼는 사랑의 정의'에 불과할 것이다. 나의 이런 생각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으며 나중엔 또 어떤 말로 사랑을 포장할지는 나도 모른다.
어떤 것을 '명사'로만 생각하면 언어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고들 강조한다. 예를 들면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의사가 된 사람은 실제로 의사가 되었을 때 겪게 되는 현실의 고충들을 미리 대비하긴 어렵다. 반면에 '평범한 생활을 포기하더라도 아픈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의사가 되려고 한다면 훗날에 마주하게 될 수많은 시련들을 견디는 힘을, 꿈을 이루기도 전부터 기르게 된다. 동사는 명사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구체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어서 훗날에 벽에 부딪힐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사랑을 비롯한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은 항상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살아가야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거나 상처를 받아도 덜 받을 수 있다. 사랑이 변했다는 이유로 감정이 상하는 것은 외부의 탓이 아니라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본인의 생각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변하는 것도 통제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애초에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옆에 사람이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서로가 아무리 사랑해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고 나와 관계가 좋을 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아붓는 것이 훗날 지난 세월을 돌아보더라도 가장 후회가 남지 않는 사랑이 아닐까.
진정한 사랑을 시작했다면 그 순간 이후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사랑하는 과정의 일부이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달리 보이게 될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더 성숙하고 다채로운 인간이 되어간다. 만약 사랑하는 마음이 변했다고 느껴진다면 부정적인 감정을 품을 게 아니라 '마음은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그동안의 세월과 현재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는지', '내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지'등을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처라고 생각한다.
끝나기 전엔 끝난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과의 관계일수록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관계를 놓치기 싫은 마음에 무조건 물고 늘어지고 집착하는 것은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관계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걸 하더라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사실은 받아들일 줄 아는 자에게 마지막 지혜가 발현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매일 변하는 사랑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오늘도 새벽부터 일어나서 글을 쓰고 있다. 항상 더 성장하고 싶은 이유는 나의 만족감 때문인 것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있는 동안 더 큰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큰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랑은 원래 변한다.
그래서 더 가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