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무기가 없으면 어차피 살아남기 힘든 세상
요즘 챗GPT 때문에 난리다. 보통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사람들은 설레기도 하는데, 챗GPT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조금 남다른 건 본인의 생계를 위협받을 수도 있을 정도로 강력한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체감상 많은 사람들이 AI 기술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신기술을 앞두고 두려움을 느끼는 근본적인 원인은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의 특징은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지레 겁먹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첫 주자로 뛰어 들어서 남들보다 먼저 선점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 최상위 포식자가 되지 않아도 굶어 죽진 않는다. 보통만 해도 충분히 살아남는 세상이다. 사실 생존 문제의 대부분이 해결된 현대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것은 인간의 생각밖에 없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밖에서 우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일 뿐이다. 우물 밖에 있는 사람들도 결국엔 더 큰 우물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챗GPT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AI 기술을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AI 기술로 인해서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대처를 해야 한다'와 같은 생각을 한다. 동시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고 나도 서두르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모든 사람들이 그런 미래기술에 대해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여기에 80:20 법칙을 적용해 본다면 아마 챗GPT 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20에 속하는 소수일 것이다.(아마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적다고 생각은 하지만)
다시 말해서 난 그런 신기술 때문에 조급하게 굴 필요도 불안해할 필요도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알아보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주변 사람들보다는 더 빠른 차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워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오늘 먹고 놀 생각밖에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를테면 이런 글을 읽을 만큼 AI 기술에 큰 관심도 없으며 문제의식도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챗GPT라는 용어를 어딘가에서 목격했을지라도 그게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알아보는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적을 것이다. 80:20 중 80 정도의 사람들은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런 상황에서도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로 개발자가 기술을 연구하는 취지는 '더 편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함'에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편의를 도모하는 생각으로부터 이루어진다.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선구자들은 개인적인 야망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기술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다. 그런 동기부여가 없다면 세상을 뒤집을 만한 창조력을 발휘할 만한 동력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개발자들의 의도를 의심할 생각이 없다면 신기술을 편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가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그들의 눈부신 성과가 당장의 내 일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할 시간에 오히려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에 희망을 가지고 나름의 준비를 해 나가는 게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면 새로운 것을 공부하기 싫고 색다른 도전을 하는 게 두렵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미래가 다가와도 못할 것도 없지만, 두려운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과거로 돌아가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두 번째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AI 기술은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갖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컴퓨터의 능력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다시 말해서 인공지능 기술은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조합이 탄생되는 것이다. 기술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자신 있게 세상 사람들을 위한 기술이라고 주장은 하겠지만, 그들조차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하지 못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자녀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는 부모라고 해서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챗GPT와 같은 기술이 두려운 건 미래에 벌어질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당장 내일조차도 어떤 일을 마주할지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니 괜히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해 가며 미래를 예측할 필요는 없다. 신도 말리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는 그 끝에 가닿지 않고서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근심걱정은 내려놓고 나름의 대비를 위한 공부를 하던지 아니면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무기를 갖추던지에 대한 방향을 정하고 그에 맞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세 번째는 챗GPT 사태는 본인의 마음가짐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라는 것이다. 챗GPT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중 두려운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하는 사람들은 '뒤처지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두렵고 불안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마음만 갉아먹는 하등 쓸데없는 생각이다. AI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뛰어넘는 '어나더레벨'에 속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모든 의도와 뿌리 깊게 박힌 속내를 일반인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생각할수록 답이 나온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머리를 싸매겠지만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굳이 챗GPT가 아니라도 지금처럼 살면 언젠가는 고꾸라질 수밖에 없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AI기술뿐만 아니라 세상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변한다는 건 쉽게 말해서 인간의 상상으로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어차피 '준비'는 해야 했고 챗GPT 같은 신기술 앞에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AI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단지 시대와 상황이 변하고 있고 내가 해야 할 일도 그에 맞게 바꿔나갈 필요성이 생긴 것뿐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린 변하는 상황 속에서 나름의 대처를 잘 해내기만 하면 된다. 셀 수 없는 경우의 수 앞에서 우리가 당당해 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은 여태까지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잘 적응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주어진 상황에 맞게 움직이고 행동하면 될 일이다.
사람들이 갈수록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일까. 문제는 그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거대해질수록 엉터리 같은 정보들도 그만큼 불어난다는 것까진 생각하지 못한다. 세상을 들썩이는 거대한 이슈라도 내 앞으로 가져오면 한낯 농담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실제로 뉴스에서 보도하는 내용들 중에서 과연 내게 필요한 소식이 얼마나 있을까.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현실이 다 다르게 존재한다. 그런 만큼 중요한 것도 해야 할 일도 각자 모두 다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간에 본인의 인생부터 잘 챙기고 난 후에 세상을 돌아봐도 늦지 않다.
요즘 사람들은 예전보다 똑똑하다고들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현대인들 중에서는 세간의 소식을 곧이곧대로 믿는 꼭두각시 같은 사람들, 본인에게 유리한 정보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본인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들은 일단 부정하고 보는 사람들, 근거도 불충분하고 자신에게 별로 큰 의미도 없는 것들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진짜 필요한 정보는 무엇이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자신만의 온전한 시각으로 정보를 가려 받을 줄 아는 사람만이 현대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챗GPT와는 관계없이 어차피 요즘은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뽐내지 못하면 평균 이상의 삶을 유지하기는 힘든 세상이다. 주변 사람들보다 잘 살고 싶으면 뭐라도 하긴 해야 한다. 하지만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이 남들보다 잘 사는 것이라면 그 기준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AI가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든지 말든지 인간은 어떡해서든 잘 살아갈 것이다. 우린 그저 오늘 하루를 잘 지내기만 하면 된다. 단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