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이유를 깨우치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면 자연스럽게 성공할 줄 알았다. 열심히 하는 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생활의 고충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다. 난 그들과 다를 거라고 믿었다. 사회생활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해왔던 거의 모든 것들의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열심히만 하면 될 거라는 확신에 금이 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는지, 너무 대책이 없었던 건지는 몰라도 첫 회사부터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경험하고 나서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나의 믿음과 확신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회사의 직원으로서는 열심히 해도 문제고, 열심히 하지 않아도 문제였다. 그리고 '열심히'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근본적으로 내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는 대가로 겨우 생계를 유지할 만한 수준의 월급을 받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한계를 온몸으로 직접 부딪히고 나니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나름 신으로도 불렸던 내가 막상 필드로 나가보니 한없이 나약하고 무능력한 인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을 정복하기에 나는 너무 순진한 애송이였다.
하지만 내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형편없고 무능력한 인간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쓰라린 기억들은 되려 인생의 방향을 제대로 짚어보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에 잠깐 있는 동안에 난 내가 배워야 할 업무에 대해서 가장 많은 신경을 썼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심을 두었던 건 나보다 먼저 입사한 선배들과 회사 꼭대기에 있는 임원들의 삶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인정받게 된다면 그에 뒤따르는 보상은 그들과 비슷한 위치에 오르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내 미래를 미리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을 지켜본 결과 쉽지 않게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들의 삶은 단 하나도 부러울만한 게 없었다. 심지어 "왜 저렇게 살아가지?"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씁쓸하지만 그때 그 경험 덕분에 난 일찍이 나만의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지만 막막한 건 매한가지였다. 당차게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건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남들에 비해 쌓이는 경력도 없고 돈을 모으지도 못했다. 신기한 건 여전히 헤매고 있는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이 "왜 네가 나보다 더 여유로워 보이냐", "넌 불안하지도 않냐", "마음이 편안해 보인다"라는 등의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런 내가 당연히 불안해 보여야 마땅하건만 오히려 자신들보다 편안해 보이는 게 이상하게 보였던 것 같다.
여하튼 난 누군가의 노예로 살기 싫었다. 만약 내 운명이 어딘가에 얽매여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였다면 난 차라리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겐 선택권이 남아 있었다. 세상이 잘 닦아놓은 아스팔트 같은 길은 편해 보이긴 하지만 내게 그리 큰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스팔트를 이용하는 대가로 내가 내주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게 강한 거부감을 일으킨다.
그래서 난 끝이 보이지 않는 숲길을 걸어가는 선택을 했다. 한걸음 한걸음 밟아가며 거친 바닥을 평평한 길로 만들고 앞을 가로막는 가지들을 직접 쳐내며 나아가는 게 결코 쉬운 건 아니지만, 숲 속 어딘가에 '나만의 호수'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지닌 채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 정체 모를 망할 숲에 들어온 이후로 그간 많이 다치기도 했지만 난 이곳에서 나와 함께 걸어갈 평생의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만의 호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진 못했지만, 어딘가에서 흘러 내려온 물줄기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난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힘들어도 언제나 지금이 더 좋다. 그렇게 언젠가 나만의 호수를 발견하게 된다면, 여전히 내가 지나왔던 숲 속에서 헤매고 있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호수를 아름답게 꾸며놓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