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누군가 내 심기를 건드리는 불편한 말을 할 때면 기분이 언짢아지면서 "저 인간은 나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구나"와 같은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상대방은 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줄 일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잘 모르는 게 정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에게 나를 알려준다고 해도 자신이 아닌 존재에게 그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인간의 특성상 제대로 이해할 리도 만무하다. 각자의 평행선상을 달리며 저마다의 서사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평소에 나를 잘 아는 사람이 해줄 수 있는 말이 따로 있는 만큼,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할 수 있는 말도 따로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의 문제점을 가장 객관적으로 집어낼 수 있는 사람은 내게 어떠한 감정도 이해관계도 얽혀있는 게 없는 사람이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불편한 언행에 대해 기분 나빠하고 무시할 게 아니라, 오히려 새겨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또 다른 면을 깨닫게 해주는 귀한 메시지가 담겨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불편한 말이라도 내게 어떤 말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정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내 앞에서 '침묵'하는 사람이다. 내게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말을 한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게만 받아들이면 죄 없는 감정만 상할 뿐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은 잠시 뒤로한 채, '저 인간을 통해서 세상이 뭔가 내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게 아닐까'와 같은 생각을 해본다면 의외의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누가 내게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게 되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현명한 자세다. 남들이 내게 악의를 품었든 아니든 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전혀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나의 약점을 악용하는 사람일지라도 '약점을 고치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오히려 그 악당 같은 사람이 일종의 멘토 같은 존재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스승이라고 꼭 선하며 친절해야 한다는 법은 없듯이.
요즘은 오히려 가까운 사람도 경계해야 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람들은 제법 똑똑해졌다. 그만큼 사람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 특히 뭘 해준 것도 없는데 필요 이상의 부담스러운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뭔가 바라는 게 있거나 심리적인 결핍을 안고 있을 확률이 높다. 사실 인간 자체가 본인이 얻어갈 게 없으면 애초에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는 동물이라서 그런 사람을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친한 사람들만의 장단점이 있듯이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장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본 글의 요지는 나를 향하는 모든 것들을 수용하고 말뜻에 담긴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를 향해 비수를 꽂는 사람을 보며 '누군가는 돈을 쥐어주면서까지 받고 싶어 하는 피드백을 무료로 제공하는 아주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적은 스스로 자진해서 그 역할을 맡을 수 없다. 내가 적이라고 생각해야 비로소 적이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