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자세히 관찰하면 할 말이 많아진다
할 말이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쓴다. 여기서 할 말이 많다는 것은 꼭 외향적인 사람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겉으론 조용해 보이더라도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마음이 가득 채워져 있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본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열린 사람이라면 하고 싶은 말들이 마음 안에 많이 쌓이게 된다. 그런 걸 풀어내는 게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내가 주로 글을 쓰는 주제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세상의 본질에 관한 것들을 글로써 풀어내는 것이다. 만약 내가 사색하는 것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이야기했다가는 금세 지루해하거나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할 게 뻔하다. 아쉽게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나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처음엔 세상을 보는 눈이 새롭게 열렸을 때는 너무 기쁜 나머지 순진한 마음에 이 사람 저 사람을 부여잡고 내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들을 공유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오히려 난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하기까지 했다. 그런 부정적인 반응을 몇 번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스스로 고독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본질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도 독서를 하기 전까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기에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에게 거부당한 경험 덕분에 하고 싶은 말이 생길 때면 혼자 사색하고 글로 풀어내는 습관을 가지게 될 수 있었다. 오히려 사람들과 멀어진 게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드는 게 사실이다.
한 번 뜨이기 시작한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세상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이 생겨났다. 행복을 옆에 놔두고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 화낼 게 아닌데 분노를 참지 못해 온몸을 부르르 떠는 사람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런 이상한 현상들을 떠올리며 하고 싶은 말들을 조금씩 밖으로 꺼내다 보면 어느새 한 편의 글이 내 눈앞에 드러나 있었다.
허락도 없이 머릿속을 지나다니는 잡생각들을 가지고도 글은 충분히 쓸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현상들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떠오르게 되는 특별한 생각들이 있다. 그런 생각들이 남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생각이 된다. 그렇게 본인만의 고유한 사상이 담겨 있는 걸 글로 뽑아내면 꽤 괜찮고 깊은 글이 나온다. 글쓰기의 진정한 매력을 느낀다면 헤어나오기가 힘들 것이다.
사람은 다 똑같다. 내가 했던 생각이라면 다른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면 나도 할 수 없다. 글쓰기는 잘 쓰는 사람이 잘 쓰는 게 아니다. 쓰는 사람이 잘 쓰는 것이다. 쓰는 사람은 타고난 사람이 아니다. 불안하고 두려움을 무릅쓰고 결국엔 행동하는 사람일 뿐이다.
글을 많이 써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손가락을 움직이기 전까지는 어떤 글이 나올지 전혀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일단 써보는 게 중요하다. 평소에 할 말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조차도 글을 쓰다 보면 생각 외로 많은 것들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본인이 얼마나 하고픈 말이 많았던 존재였는지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상담을 하면 상대방이 어떤 해답을 준 것도 아닌데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해소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말이 없는 사람일수록 글쓰기를 하게 되면 본인도 미처 몰랐던 속에 쌓였던 것들이 조금씩 해방이 되면서 알게 모르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글쓰기는 어렵다'라는 그 생각이 단지 행동을 가로막는 것뿐이다.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 아닌 이상 뭐라도 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