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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l 11. 2023

남자는 결혼하면 배 나온다더니?

내가 결혼하고 자기관리를 더 빡세게 하는 이유


최근에 살을 10kg가량 뺐다. 남자는 결혼하면 배불뚝이가 된다고들 하는데 난 오히려 살이 훅 빠져서 제대했을 때의 몸무게로 돌아갔다. 주변 사람들은 요즘의 나를 보면 혼자 거꾸로 간다고 한다. 사실 이런 말을 듣는 게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난 다른 사람들과 거꾸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았던 생각이 있었다. 그건 바로 결혼하고 나면 '점점 괜찮아지는 남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유부남이고 여자친구가 가족이 됐다는 게 자기관리를 게을리할 이유가 되진 못했다. 오히려 난 평생 함께 살 사람이 정해졌으니 더 잘 보여야 된다는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연애할 때보다 더욱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결혼했다고 긴장을 늦추긴 싫었다. 긴장을 늦추는 건 혼자 살 때에 적합한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설렘은 이제 더 이상 느끼기 힘들지만, 그보다 훨씬 더 깊고 짙은 안정감이 나와 아내 주위에 맴돌고 있다. 안정은 곧 행복이다. 난 그 안정감을 오래도록 안고 가기 위해서라도 나를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세월이 누적될수록 서로에게 무뎌지는 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서 더욱더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동기부여를 받는다. 아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훌륭한 남편으로 거듭날수록 아내도 아내지만 나 자신에게 가장 큰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아내의 신뢰를 얻는 건 곧 자기신뢰가 올라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얻는 것도 다 그런 데서 나온다고 본다. 아마 글쓰기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뭐라도 부여잡고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결혼하면 배 나온다?

결혼하면 늙는다?

결혼하면 고생길이 열린다?

신혼일 때가 좋다?

너도 결혼해 보면 다 알게 된다?

혼자가 좋다?


배 나오는 건 그만큼 많이 먹기 때문이다. 사람이 늙는 건 몸도 몸이지만 마음가짐을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생길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신혼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라서 좋은 거다. 다른 사람 삶을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뭘 알게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 혼자라서 좋은 게 있으면 혼자라서 안 좋은 것도 그만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비슷하게 살아갈 거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자신이 그러했고 남들도 그러하다는 이유로 나까지 그럴 거라는 무례를 범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웬만하면 남들의 말을 새겨들으려 노력하지만, 근거 없이 단정 짓는듯한 말들은 흘려듣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말을 자주 입에 담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둔다.




결혼하면 오히려 자기관리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직 결혼만을 하기 위해 그동안 자기를 꾸며온 게 아니라면 말이다. 내가 나를 관리하고 꾸몄던 이유는 연애할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게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당당하고 싶었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면 일단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내 눈에도 보기 좋아야 했다. 스스로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여길수록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바라본다고 생각했다.


평생 함께 살아갈 사람이 정해진 한 남자로서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현재의 나 자신에게는 가장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신뢰가 높아져 갈수록 아내도 나에 대한 신뢰가 점점 두터워 거라고 믿는다. 모든 관계가 그렇긴 하지만 특히 배우자와는 더욱더 신뢰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돈? 집? 차? 명품? 그런 거 다 갖춰도 부부 사이의 신뢰가 없다면 하등 소용없다.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결혼은 '배우자와 함께 더 잘 살아가는 의무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끈을 놓으면 한도 끝도 없이 풀어지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걸 아는만큼 더욱더 나를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남자들끼리도 자기관리하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 아무리 남자들끼리는 편한 게 최고라고들 하지만 남자도 인간인 이상 점점 인상이 어두워지고 지저분한 사람과는 그다지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예컨대 정말 오랜만에 만나게 된 친구가 면도도 하지 않고 후줄근한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온다면 아마 그 만남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사람은 변한다. 그런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고 마음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든 생기게 될 것이다. 부부관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다툼은 결코 사소한 게 아니다. 그런 자잘한 것들을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 정말 위험하다. 문제는 이유 없이 생겨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이좋은 관계도 아무런 노력 없이 그렇게 될 수는 없다. 둘 중 한 사람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한 마음이 어느 정도 일치화가 되어야 건전한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배우자도 나와 다른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완벽한 타인이다. 나만 잘해봤자 소용없는 건 맞지만, 내가 잘해야 모든 게 잘 되어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맞다. 어떤 상황이든간에 배우자에게 원하고 강요하고 호소하기만 하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가장 좋은 건 스스로 맑은 물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게 가장 자연스럽게 맑은 관계를 만드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결국 나부터 잘하고 봐야 한다는 소리다.


굳이 내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을 추천하는 편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책임감이 부여된다. 물론 그 장난 없는 무게에 짓눌려 보면 숨이 턱 막히기도 하겠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언제나 배울 수 있는 여지를 내면에 마련해놓는다면 결혼은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계기가 될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한 단계 더 높은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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