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Jul 12. 2023

30대 평범한 직장인의 인간관계론

나만 바뀌면 인간관계 문제는 단순해진다


PART 1. 알고 있으면 좋은 것들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자기관리론을 포함해 예전에 이미 읽었던 책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자기계발서로 독서를 시작했던 나로서는 마주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다만 오래전에 읽어서 정확히 기억나는 내용은 많이 없었지만 꽤나 좋게 읽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독서모임을 계기로 인간관계론을 다시 읽어보니 좀 좋은 기억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쉽게 말하면 그저 그랬다. 인간관계론은 온갖 사례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사례가 너무 많은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궁금한 건 글쓴이 특유의 세계관이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책도 인간관계에 관한 데일 카네기의 생각을 기대하며 펼쳐 들었지만 생각보다 그 비중은 많이 빈약했다. 사례는 저자의 주장을 서포트하는 좋은 장치이긴 하나, 거기에 과도한 비중을 싣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사례가 많은 만큼 저자가 제시한 원칙도 상당히 많았다. 하나같이 다 좋은 말들이긴 하지만 그 모든 걸 매 순간 인지하고 현실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인간관계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않았다. 대신 데일 카네기가 제시한 원칙들을 리스트로 정리하고 그것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에 실린 모든 사례를 하나씩 읽고 적지 않은 가짓수의 원칙들을 숙지하려 애쓰는 것보다는 저자가 제시한 방법들을 마음에 담아 나름의 사견을 추출해 보는 것이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 통찰과 지혜를 얻기엔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1. 판단하지 않기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남을 함부로 판단하는 데서 일어난다. 판단하는 마음은 '내가 옳다'라는 생각을 만들어 내고, 그런 생각은 상대방을 비난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내가 맞다'라는 걸 입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과 어긋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비난하여 짓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 과정에서 일종의 쾌락을 느낀다. 때문에 판단하는 것도 일종의 중독이다. 자신도 모르게 판단하는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사실 의견이 다른 건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 불과하다. 사람 사이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는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부정함으로써 본인의 입장을 지키고 싶은 욕망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의견 차이는 '차이'일뿐이다. 그 차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받는 영향이 나뉜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는 것은 곧 자기부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남을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관계 문제는 그래서 더 까다롭고 어려운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싶다면 일단 함부로 판단하는 마음부터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판단에 대한 통찰이 없으면 언제나 생각, 마음, 감정 등에 휘둘리기 때문에 인간관계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무턱대고 돌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부터 다스려야 하는 이유다. 



2. 관심 가지기



다른 사람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둘 줄 아는 건 인간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서 꽤나 요긴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론만 읽어봐도 사람을 설득시키고 지지를 얻는 데는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는 게 필수 조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난 기본적으로 남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남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위한 나름의 노력은 해봤으나, 의욕과 생각만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법한 별도의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인간'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 관심을 기울이려 하는 것보다는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를 하는 게 남들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데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자기계발서만 편독하던 나는 독서의 장르를 좀 더 넓혀서 심리학, 인문학, 고전 등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서 읽은 대로 실천하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사실 독서를 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책에 담긴 내용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떤 명저라도 그 책에서 권장하는 방법이라는 이유로 본인에게 무조건 들어맞는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이 있으면 가볍게 시도는 해보되 맹신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모든 책은 일종의 참고서에 불과하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토대로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게 가장 현명한 아웃풋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공부와 인간심리에 대한 책을 읽을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던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명상을 하면서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말투, 표정, 손동작 등이 전보다 더 자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이 돌아가는 프레임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 것처럼 말이다.  


인간관계는 관심이 핵심이다. 인간관계론을 읽어보니 관심에 대한 중요성이 더 크게 와닿았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 보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본인만의 관심을 두는 색다른 방법을 찾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영향과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관심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관심은 그만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3. 인정하기



상대방을 진심으로 인정할 수 있으면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사람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 법이기 때문이다. 남을 제대로 인정하려면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다. 안 되면 스스로 최면이라도 걸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순간 또다시 판단하는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에 의도와는 다르게 눈앞의 사람을 자신도 모르게 평가하는 경우가 생긴다. 안다고 생각하는 그 어리석은 마음이 멀쩡한 눈과 귀를 마비시킨다. 


결국 상대방을 인정할 수 있는 것도 판단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못하는 건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될 때다. 처음부터 '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라는 마인드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면 이야기는 전보다 훨씬 더 잘 들어오게 된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인정하기 위해선 본인을 내려놓고 나와 다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이 역시 쉬운 건 아니지만 터득하면 인간관계는 한층 더 좋아질 거라고 본다. 



4. 병을 줬으면 약도 주기



굳이 쓴소리를 해야 한다면 약도 함께 줄 요량으로 하는 게 좋다. 살다 보면 무슨 상황이 어떻게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괜히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해 봤자 나중에 내게 어떻게 돌아올지도 모르고, 자신이 결국엔 옳았다는 착각만 더 강해진다. 그건 너도 나도 좋을 게 하나 없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본다. 


근거가 확실함은 물론이고 비판 또는 어쩔 수 없는 비난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면 당근이든 약이든 간에 가능하면 처방전도 함께 준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5. 평생 공부하기



인간관계를 배우는 건 사실 책 한 권으로 때우기엔 너무 복잡다단한 게 사실이다. 나와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데 필요한 지혜를 오직 독서만으로는 터득하기 힘들다. 이건 지식을 습득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본인의 머리와 마음 그리고 행동에 습관처럼 배어 있어야 효과가 드러나는 일이다. 인간관계는 정확한 정답이 없다.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조치가 있을 뿐이다. 사람관계가 얽힌 일에서 무조건적인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그런 게 존재했다면 '인간관계론'같은 책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관계에 대한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서할 때만 잠깐 생각하고 말 게 아니라, 일상을 보내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자극을 잘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뭐라도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노력 정도는 들여야 사람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천천히 단계적으로 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PART 2. 환경설정


천천히 알아보기



데일 카네기가 제시하는 인간관계를 위한 원칙들은 시간을 두고 오래도록 지켜봐야 그 진가를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론 책 한 권만으로는 관계를 위한 원칙들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이 책에 실린 이야기와 원칙들은 그리 어려운 말들로 포장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책 내용이 쉽게 이해된다는 이유로 깊게 사유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른다. 


책에서 읽는 처세술을 외우기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 사람마다 지닌 성향과 주변환경 그리고 처한 상황은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하는 게 좋다'와 같은 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부딪혀가며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드는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인내심은 그리 대단치 못하며 특히 시간을 비롯한 현실적인 제한요소가 많기 때문에 책에 실린 원칙들을 적용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은 게 현실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보겠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건 마음먹는다고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생각하는 대로 행동이 따라줄 것 같았으면 애초에 인간관계를 위한 노력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생각처럼 말과 행동이 실제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문제와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여라'라는 건 말은 쉽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다 큰 어른도 어떻게 하면 남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잘 모른다. 좋은 말인 건 알겠는데 대체 어떻게 실천할지 정확하게 집어주진 않는 게 자기계발서의 대표적인 단점이다. 


그러나 모든 책임은 책에만 있지 않다. 보통 이런 문제는 문장을 흘려 읽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굳이 완독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쉽고 뻔해 보이는 내용이라도 그 속껍질이 있다는 직감이 들면 그때부터 책을 덮고 사유하기 시작한다. 단순해 보이는 말도 사유를 거치다 보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어떻게 기울이는지 생각하다 보면 '관심이란 무엇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작가가 책에 실은 내용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무슨 책을 읽든지 간에 책의 내용을 땔감 삼아 사유에 불을 지핌으로써 남다른 깨달음을 얻는 것이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론'은 인간관계에 대한 잡기술보다는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방법들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부터 이해하기



요점은 결국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인간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관심을 기울여봤자 전혀 다른 길로 샐 확률만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 생각에 인간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기 자신을 연구하는 것이다. 본인을 알아내려면 일단 본인이 살고 있는 일상을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관찰자 모드가 되어서 나를 지켜본다고 생각하는 마인드로 하루를 지내보면 상당히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만약 그런 경험을 직접 해본다면 '생각보다 놓치고 있던 것들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내면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약간의 혼란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균열은 꽉 막혀있던 사유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촉진제 역할이 되어줄 것이다.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노력도 좋지만 자신을 알아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세상에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모양을 지닌 자신만의 정답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 본인과 1:1로 마주하고 질문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론 같은 책을 아무리 읽어도 관계가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는 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명저를 읽고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어도 사유와 질문을 거치지 않은 것들은 금세 풀이 죽이 마련이다. 유명한 책도 결국 남의 생각이다. 그 생각이 내 삶에 옳게 들어맞는지 아닌지는 내가 직접 써먹어 봐야만 알 수 있다. 남의 인생을 따라 살아가는 꼭두각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떤 내용을 접할 때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너와 나의 인생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걸 언제나 염두에 두고 살고, 책도 그렇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잃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세상에서 가장 원초적인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완벽한 하나'로 생각한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 내기 어렵다. 현재의 모습을 더 낫게 만들어줄 '또 다른 자신'이 언제나 곁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쉽게 말해 자기 자신과 잘 지내지 못한다면 남들과 잘 지내는 건 기대도 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정작 본인과의 사이가 엉망이라면 하등 소용이 없다. 내면이 썩으면 언젠가는 그 영향이 결국 바깥으로 퍼질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본인과의 긍정적인 관계에서 우러나오는 영향에 불과한 걸지도 모른다. 따라서 자기 자신과의 관계부터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가장 필수적인 환경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 문제의 정답은

나와의 관계 속에

그 해답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