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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l 10. 2023

30대 직장인 아침수영 2달 만에 중급반으로

접영과 오리발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진급


수영을 시작한 지도 2달이 지났다. 이제 중급반으로 올라간다. 그동안 자유형과 배영, 평영을 배웠고 돌핀킥과 턴 하는 법까지 살짝 배웠다. 함께 초급반을 수강했던 분들이 다 나처럼 배우진 못했다. 2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영을 나왔더니 확실히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빨리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 중급반으로 올라가면 오리발, 접영, 무한 뺑뺑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벌써 중급반으로 가도 되나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초급반에 머물기엔 지루할 것 같았다. 강사님도 굳이 '중급반으로 올라가기엔 아직 무리다'라는 언급을 따로 하지 않는다면 중급반으로 올라가는 게 더 낫다고 한다. 본인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초급반에 머물면 수영이 영 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중급반은 사람들이 우글우글 거린다. 어플로 수영등록을 할 때도 중급반 인기 시간대는 1분도 안 돼서 마감된다. 초급반, 상급반보다 최대정원도 10명이 더 많은데도 말이다. 초급반 수업을 들을 때도 중급레인을 보면 레인이 거의 풀이었다.  아마 중급반에 사람이 많은 이유는 상급반을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과 초급반에 머무를 수 없는 사람들이 몰리는 구간이라서 그럴 거라고 생각된다. 나도 중급반으로 이제 올라가지만 상급반으로 올라가는 건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영법



개인적으로는 자유형이 가장 재밌었다. 아직 접영은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다른 영법에 비해 자유형은 속도감이 있어서 좋았다. 내가 팔이 좀 긴 편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자유형만 하면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 가끔 맨 앞에 서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자유형으로 뺑뺑이 돌면 마지막에 도착했을 때 내 바로 뒤에 사람은 아직 반대편 턴 자리에 있곤 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영해서 체력이 많이 늘었는지 자유형 할 때는 숨도 그렇게 차지 않았다.


그러나 배영은 여전히 쥐약이었다. 자유형 반 바퀴 차이 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유독 배영만 하면 뒷사람한테 따라 잡히기 일쑤였다. 배영 할 때 물을 얼마나 많이 먹으면 회사로 출근해서 일하고 있다가 머리를 기울이면 콧 속 어딘가에 맺혀 있던 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곤 했다. 하지만 처음 할 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나아지긴 했다. 배영 발차기를 처음 할 때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했다. 그에 비해 지금은 최소한 발을 저으면 앞으로 나아가기라도 하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평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발차기와의 싸움이었다. 평영 할 때 숨쉬기와 발차기 동작이 꼬이는 사람이 유독 많았는데 난 그런 것보다는 발차기할 때 무릎이 자꾸 벌어지는 바람에 그걸 바로 잡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평영 할 때 다리가 그렇게 아프다는데 난 오히려 허리가 당겼다. 그래도 앞으로 슉슉 나가기라도 하니 평영도 웬만큼 할 만했다. 사람들은 힘 빠질 때 배영을 한다는데 오히려 난 그럴 때면 평영을 하곤 했다.




영법도 영법이지만 수영은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한 달이었다. 수영할 때면 팔을 젓고 물을 가르며 앞으로 치고 나가는 느낌이 정말 좋은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런 기분을 만끽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도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체력이 받쳐주는 편이었다. 가끔 뺑뺑이를 하루종일 돌게 되면 나보다 앞서 수영을 배웠던 분들도 체력이 안 돼서 나보고 먼저 가라며 손짓하고 자신들은 숨 고르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둘째 달 막바지엔 자연스럽게 앞쪽에 서게 되었다. 뺑뺑이 몇 번 돌고 체력의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난 이후로는 사람들은 내 얼굴만 봐도 앞으로 가라며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나도 마음 같아선 뒤쪽에 서서 여유롭게 운동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뒤에 사람들이 붙으면 심리적으로 부담이 돼서 자세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나마 젊은 내가 희생할 수밖에.



개근



2번째 달에도 수영을 빠지지 않았다. 토요일에 있는 무료 자유수영까지 꼬박꼬박 다 나갔다.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갔던 날은 없었다. 오히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다음 날 수영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새벽에 글 쓰다가 수영장에 가서 한 시간 운동하고 회사로 출근하는 게 이제 평범한 아침루틴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헬스보다 수영이 훨씬 좋은 이유는 운동하러 가기 전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헬스 할 때는 언제나 나와 싸워 이겨내야만 했다. 그에 비해 수영은 뭔가 물놀이하러 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을 갈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아마 2달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자유수영까지 포함해 모든 날 출석한 사람은 꽤나 드물 것이다. 이 정도면 개근상 받아도 된다.



체중 감량



수영하고 나서 4,5kg 정도가 더 빠졌다. 딱 달라붙던 수영복이 헐거워져서 새로 사야 될 지경에 이르렀다. 온전히 수영 하나 했다고 살이 빠진 건 아니다. 수영을 시작하기 전에도 이미 살은 잘 빠지고 있었다. 그래도 2달간 수영을 꼬박 나간 게 확실히 도움이 되긴 했다.


수영이라는 운동 자체가 실질적인 체중감량에 효과를 더했다기보다는 매일 수영장을 오다니면서 내 몸을 전신으로 훑어보는 게 심리적으로 꽤나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집과는 달리 수영장에서 샤워할 때는 내 몸이 좀 더 선명하게 보였다. 몇 달 전만 해도 귀여운 통통배가 돋보였는데 이젠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날씬해진 내 모습을 보는 게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몸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아무래도 수영을 하고 나서부터는 식단조절도 더 잘 되는 느낌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



첫 달에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인사하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시력도 나빠서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얼굴 형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2달 정도 하니까 어느 정도 같이 배우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차피 수영하기 시작하면 각자 물 먹는다고 서로 말 나눌 새도 없지만 운동하기 전에 인사를 주고받고 시작하면 마음이 더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와 함께 거의 빠지지 않고 수영을 나왔던 아저씨와 가장 친해졌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분에게 인사를 건넬 때면 찐 웃음이 배시시 흘러나왔다. 매일 보는데도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그분과 나는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 진도도 가장 빨랐다. 서로 자세도 가끔씩 봐주곤 했다. 그분은 칭찬을 잘하는 편이라서 상대방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었다.


초급반 최대 정원은 30명이었다. 그중 평균적으로 수업에 나오는 사람들은 8명~15명 정도였다. 거기서 중급반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 5명이었다. 그 5명은 강사님 픽이었다. 사실 강사님이 지정한 5명 외에는 수영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평일 5일 중에 2,3일 정도 나올까 말까였고 드문드문 출석하는 사람일수록 수영장에 늦게 들어와서 일찍 나가는 경향이 짙었다. 그런 거 보면 진짜 사람들은 과학처럼 일정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긍정적인 효과



수영을 하고 나서부터 피부가 깨끗해졌다. 덕분에 얼굴이 더 밝아진 느낌도 든다. 수영 하나 때문에 피부가 좋아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규칙적으로 꾸준히 운동하는 건 신체적인 면에서도 삶의 질적인 면에서도 꽤나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살을 빼다 보니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건 사람과 상황에 따라 오히려 식사량의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식사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반면에 수영을 꾸준히 하다 보니 규칙적인 운동은 역시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좋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꼭 수영을 할 필요는 없다. 본인에게 거부감이 최대한 덜 드는 운동을 찾는 게 중요하다. 요즘 유행한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추천한다는 이유로 맞지도 않은 운동을 억지로 해봤자 돈은 돈대로 버리고 중도포기할 확률만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왕 운동을 시작했다면 일주일 중 최소 4일 이상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습관으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는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도 몸이 알아서 자연스럽게 움직이게끔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의지는 믿을 게 못 된다. 믿을 건 시스템밖에 없다.


중급반 올라가면 지금보다 훨씬 힘들고 사람들에게 많이 치이기도 하겠지만 어차피 시작한 거 상급반까지는 올라가 보고 싶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이제라도 수영을 발견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수영을 하지 않았다면 요즘처럼 꾸준히 운동할 일은 오래도록 없었을지도 모른다. 난 수영을 계기로 본인에게 맞는 운동은 따로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아직 하는 운동이 없다면,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것저것 해보고 본인에게 착 달라붙는 운동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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